수해나 산불 같은 재난으로 피해를 본 주민이 구호와 복구를 위해 지방자치단체 공유재산을 이용할 때 거쳐야 했던 복잡한 감면 절차가 줄어든다. 종전에는 무상 지원을 하려 해도 공유재산심의회와 지방의회의 사전 동의를 거쳐야 했으나, 이제는 지자체 판단에 따라 즉시 사용료와 대부료를 전액 면제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일부개정법률을 2026년 10월 13일 공포하고 즉시 시행에 들어갔다. 이번 개정은 긴급 구호 현장의 행정 지연을 막고, 전국 1,100조 원대를 넘어선 공유재산 관리 체계를 주먹구구식 대장 관리에서 국가 차원의 과학적 전수조사 체계로 전환하려는 취지다.

재난 주민 무상 사용 즉시 간소화

개정법의 핵심은 신속한 재난 구호 지원이다. 개정된 제24조 제1항 제4호와 제34조 제1항 제2호는 재난을 입은 지역주민에게 복구·구호 목적으로 행정재산을 사용허가하거나 일반재산을 대부할 때, 지방의회의 사전 동의를 받지 않고도 사용료와 대부료를 전액 면제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아울러 제16조 제2항 제5호를 정비해 해당 감면 안건을 공유재산심의회 심의 대상에서 제외했다. 지금까지는 수해나 화재 이재민에게 임시 거주시설이나 구호물품 보관 창고 등으로 시·군·구 소유 부지와 건물을 내어줄 때도 감면 심의와 의회 동의를 밟느라 지원이 늦어진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번 개정으로 현장 대응이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1,103조 자산 5년마다 총조사

지자체 소유 재산의 관리 부실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됐다. 신설된 제44조의2에 따라 행정안전부장관은 공유재산의 효율적 관리를 지원하고자 5년마다 공유재산 총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 총조사를 거치면 지자체가 매년 개별적으로 진행하던 실태조사를 마친 것으로 갈음한다.

배경에는 급증하는 공유재산 규모와 은닉 재산 문제가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가 보유한 공유재산 규모는 2024년 말 기준 총 1,103조 원에 이른다. 행안부가 2024년부터 2025년까지 대장과 부동산등기부, 토지대장, 건축물대장을 교차 대조하는 시범사업을 벌인 결과, 누락되거나 소유권 보존등기가 안 된 은닉 재산 약 15만 7천 건(공시가 약 20조 원 규모)이 확인되기도 했다.

전문기관 지정·정보시스템 구축

재산 관리의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법적 근거도 신설됐다. 제18조의4에 따라 행정안전부장관은 기준을 충족한 기관을 공유재산 전문기관으로 지정해 총조사와 현황 분석 업무를 맡기고, 필요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 부정한 방법으로 지정을 받으면 지정을 취소해야 하며, 취소나 업무정지 처분 전에는 청문을 거쳐야 한다.

행정안전부장관이 매년 공유재산 관리 실태를 분석·진단해 그 결과를 공개할 수 있는 규정(제6조의3)과, 공간정보 등과 연계해 자산을 통합 관리하는 전산 정보시스템 구축 근거(제92조의3)도 함께 마련됐다. 행안부는 "공유재산을 단순히 보유·관리하는 수준을 넘어 과학적 분석·진단과 정보시스템 기반의 고도화된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취지를 설명했다.

시행 일정과 과제

개정 조항은 시행 시기가 나뉜다. 재난 피해 주민에 대한 사용료 및 대부료 면제 간소화 조항은 공포일인 2026년 10월 13일부터 곧바로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반면 제도 정착 준비가 필요한 5년 주기 총조사(제44조의2), 전문기관 지정(제18조의4), 매년 관리 분석·진단(제6조의3) 조항은 공포 후 1년이 지난 2027년 10월 14일부터 시행된다. 입법 심사 과정에서 외부 위탁에 따른 지자체 재정 부담과 전문기관 지정의 공정성 확보가 과제로 거론된 만큼, 행안부는 향후 1년간 시행령 등 하위법령을 정비하며 세부 요건을 확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