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등 본인 명의의 모든 계좌에서 모바일 뱅킹과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출금이 전면 차단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더라도 타인이 본인 계좌로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송금했다면 금융당국의 차단 시스템에 즉시 등록되기 때문이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제4조 제1항은 피해자의 피해구제 신청이 있거나 사기이용계좌로 의심할 만한 사정이 인정되면 금융회사가 해당 계좌 전부에 대해 지체 없이 지급정지 조치를 하도록 규정한다. 이어 동법 제13조의2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해당 명의인을 전자금융거래 제한 대상자로 지정하고 전 금융회사의 비대면 거래를 일괄 중지시킨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도 2022년 12월 1일 이러한 즉각적 지급정지 규정에 대해 신속한 피해 구제를 위한 합헌 조치라고 판단한 바 있다(2019헌마579).

선의의 피해가 발생하는 대표적 유형은 중고거래 3자 사기나 자영업자 계좌에 소액을 넣고 계좌를 묶은 뒤 합의금을 요구하는 통장협박, 재택근무를 빙자한 자금 수수 등이다. 계좌가 묶였다고 해서 형사상 범죄 가담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신속히 대처하지 않으면 계좌 잔액이 피해자에게 환급되고 수사 대상에 오르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계좌 동결을 해제하려면 평일 영업시간이 시작되는 즉시 지급정지를 통보한 은행 고객센터에 연락해야 한다. 지급정지를 요청한 경찰서와 담당 수사관의 연락처, 접수된 사건번호, 문제가 된 입금 내역의 일시와 액수를 확인하는 것이 첫 단계다. 다른 은행들 역시 연쇄적으로 차단되므로 거래 제한 사유가 된 1차 사기이용계좌가 어느 은행인지 파악해야 한다.

이후 해당 계좌가 범죄에 쓰이지 않았음을 입증할 객관적 서류를 갖춰 금융회사 창구에 이의제기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법 제7조에 따른 이의제기 기한은 금융감독원의 채권소멸절차 개시 공고일로부터 2개월 이내다. 준비해야 할 서류는 신분증과 거래내역서를 비롯해 상대방과의 대화 기록, 물품 판매 계약서나 발송 송장, 정당한 권원에 의해 돈을 받았음을 입증하는 거래 경위서 등이다.

모르는 돈이 들어왔다고 해서 임의로 상대방이 요구하는 다른 계좌로 재송금해서는 안 된다. 자금 세탁에 가담한 것으로 오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통장협박을 당한 경우라면 범인의 협박 문자 내역을 확보해 제출해야 하며, 2024년 2월 1일 통과된 개정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라 피해금 편취 의도가 없음을 소명하면 분쟁 금액 외 잔액에 대해 지급정지를 일부 해제받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피해 환급률은 2020년 48.5%에서 2022년 26.1%까지 떨어지면서 금융당국의 계좌 동결 조치가 한층 엄격해졌다. 금융회사에 이의제기서를 낸 이후 경찰의 참고인 조사 출석 통보를 받으면 준비한 증빙 서류를 지참해 통장 대여나 사기 방조 의사가 전혀 없었음을 일관되게 진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