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증 위조나 명의도용으로 모르는 사이에 개설된 은행 계좌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쓰여 하루아침에 모든 금융거래가 마비되는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주거래은행 통장과 체크카드 결제까지 일괄 차단돼 생활고를 겪는 피해자가 속출하지만, 복잡한 법적 구제 절차를 몰라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제4조 제1항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사기이용계좌로 의심되는 계좌를 즉시 지급정지 조치해야 한다. 문제는 같은 법 제13조의2 제1항에 따라 사기이용계좌의 명의인으로 등록되면 추가 피해를 막는다는 명목으로 전 금융기관의 비대면 전자금융거래가 일괄 제한된다는 점이다. 범죄에 연루되지 않은 기존 정상 계좌까지 모바일뱅킹과 현금인출기(ATM) 사용이 전면 차단되는 이유다.

명의도용 피해자가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가장 먼저 취해야 할 조치는 범죄에 악용된 도용 계좌와 원래 쓰던 정상 계좌를 분리해 대응하는 일이다. 사기 피해자가 금융감독원에 구제 신청을 접수한 도용 계좌는 채권소멸절차와 피해환급이 끝나거나 법원의 확정판결, 피해자와의 합의서가 제출되기 전까지 은행이 임의로 지급정지를 해제하기 어렵다. 반면 본인이 원래 사용하던 타 금융회사의 정상 계좌는 명의도용 피해 사실을 입증하면 전자금융거래 제한을 앞당겨 해제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피해자는 관할 경찰서에 신분도용 범죄 사실을 신고하고 수사기관이 발급하는 사건사고사실확인원이나 수사결과통지서를 확보해야 한다. 해당 서류를 갖춰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7조 제1항에 따라 금융회사에 서면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본인이 접근매체를 양도하거나 범죄에 가담하지 않은 피해자라는 사실을 소명해야 한다. 이의제기는 채권소멸절차 개시 공고일부터 2개월 이내에 신청해야 효력이 있다.

아울러 추가 명의도용 피해를 차단하는 후속 조치도 서둘러야 한다.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의 개인정보노출자 사고예방시스템에 등록하면 신규 비대면 계좌 개설과 신용카드 발급이 전면 차단된다. 금융결제원의 계좌정보통합관리서비스(내계좌 한눈에)에서 본인 모르게 개설된 다른 계좌가 있는지 전수 점검하고,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의 엠세이퍼(Msafer) 서비스로 부정 개통된 알뜰폰 회선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위조 신분증을 걸러내지 못한 금융회사에 손해배상을 묻는 문제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대법원은 은행 직원이 본인확인 의무를 소홀히 해 명의도용 계좌를 개설했더라도, 그 계좌가 사기 범행에 쓰여 발생한 손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2014다231691). 금융기관의 과실이 있더라도 2차 피해 전액을 두고 민법 제750조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는 입증 문턱이 높다. 당장 묶인 정상 계좌의 거래 제한을 푸는 절차에 집중하는 편이 실무상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