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세제개편안 추진으로 가업상속공제 대상에서 제외될 위기에 놓인 병원 업계를 구제하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지역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개인병원이 고액 상속세를 감당하지 못해 자산을 매각하거나 문을 닫는 사태를 막으려는 취지다.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 등 11인은 2026년 10월 2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222040)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은 종합병원과 일반병원, 요양병원 등 입원·수술·분만·소아·응급처럼 지역 주민에게 필수 의료서비스를 지속해 제공하는 병원을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에 유지하도록 명시했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18조의2와 시행령 제15조는 10년 이상 계속 경영한 가업을 대상으로 일정 한도 내 상속재산가액을 과세가액에서 공제한다. 그러나 정부는 2026년 8월 가업상속공제를 악용한 조세 회피를 막고 전문기술 중심 업종으로 재편하겠다며 병원을 마트·주차장·창고업과 함께 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세제개편을 추진했다. 이에 의료계는 전국 병원의 57.2%에 달하는 개인병원이 공제 대상에서 빠지면 상속세를 내려고 부동산과 의료장비를 매각해 필수 진료 기능이 무너진다고 반발해 왔다.

이번 개정안은 무조건 모든 병원을 구제하는 대신 공제 요건을 지역 필수의료 제공 기관으로 한정했다. 피상속인의 가업 경영기간 요건은 현행대로 10년을 유지했다.

국회에서는 여야를 불문하고 병원 가업상속공제를 유지하려는 법안이 잇따르고 있다. 앞서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공제 대상 업종을 법률 별표로 상향해 병원을 유지하는 안을 냈고,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필수의료기관에 한해 공제를 적용하되 경영기간 요건을 20년으로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 안은 요양병원까지 포함해 필수 의료 제공 병원을 폭넓게 인정하면서도 경영기간 문턱을 10년으로 둬 진입장벽을 낮춘 점이 특징이다.

김태호 의원은 10월 7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한 손으로는 지역의료를 살리겠다고 해놓고 다른 한 손으로는 지역 의료의 대를 끊을 수 있는 결정을 내린다면 모순”이라며 “편법 상속은 불법적 요소를 점검하고 위반 시 처벌·추징하면 되지 업종 전체를 배제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당시 국감에서 “산부인과 같은 필수의료를 하는 병원에 대해 인프라 유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재정당국과 협의하겠다”고 답했다.

발의된 개정안은 국회 소관 위원회와 조세소위원회를 거쳐 연말 정기국회 세법 심사 과정에서 정부 개편안, 다른 의원안과 함께 병합 심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