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대출을 받으려다 상대방에게 계좌번호와 일회용 비밀번호(OTP)를 넘겨준 금융소비자가 보이스피싱 사기방조 피의자로 검찰에 송치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대출 사기 조직에 속아 금융 정보를 넘겼더라도 계좌에 모르는 자금이 오가는 상황을 묵인하거나 방치하면 수사기관이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은 계좌 명의인이 범죄에 직접 공모하지 않았더라도 비정상적인 거래를 의심할 수 있었던 상황이라면 형법상 사기방조 혐의를 적용하는 기조를 보인다. 특히 기기 변경이나 메신저 삭제 등으로 사기 조직과의 대화 내역이 유실되면 객관적 입출금 내역만 남아 방조 혐의를 벗기 어려워진다.

형법 제32조는 타인의 범죄를 방조한 자를 종범으로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으며, 형법 제347조 사기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여기에 접근매체를 양도하거나 대여한 행위는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위반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법조계에서는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사라진 상태라도 대출 목적이었음을 증명할 간접 자료를 신속히 구성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설 디지털 포렌식으로 대화 복구를 시도하거나, 통신사 수발신 통화 내역, 대출 광고 문자, 금융거래 내역을 시간대별로 대조해 범죄 인식 시점과 기망당한 과정을 입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서준범 법률사무소 번화 대표변호사는 “사기방조는 타인의 사기 범행을 알면서 돕는 경우 성립하지만 확정적 인식이 없더라도 범행에 쓰일 수 있음을 알고 용인했다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며 “카카오톡 대화가 사라졌더라도 대출 광고 문자, 통화 기록, 휴대폰 백업 데이터, 거래내역 등을 확보해 대출 목적이었음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형일 법률사무소 청연 변호사도 “대출을 받기 위해 계좌와 OTP 정보를 제공했고 모르는 입출금이 발생했다면 단순 기망 피해 주장만으로는 혐의를 벗기 어렵다”며 “정보 제공 경위와 범행을 인식한 시점, 인식 후 취한 조치에 따라 성립 여부가 달라지므로 검찰 송치 전 방어 논리를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사기방조 혐의가 인정되면 형사처벌 외에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까지 떠안게 된다. 민법 제760조 제3항은 방조자를 공동불법행위자로 보아 연대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고 있어, 피해자들이 제기하는 민사소송에서 패소할 위험이 커진다. 금융거래 제한 처분으로 모든 금융기관 비대면 거래가 중단되는 불이익도 따른다.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기면 검사는 보완수사 요구, 기소, 불기소 처분을 검토하게 된다. 사건이 검찰로 넘어가더라도 변호인의견서와 복구된 소명 자료를 조기에 제출해 방조의 고의가 없었음을 밝히면 불기소나 기소유예 처분을 이끌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