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교과용 도서 발행사는 교육부 요청을 받으면 30일 이내에 점자나 디지털 음성으로 변환할 수 있는 원본 디지털 파일을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매 학기 초 시각장애 학생과 교원에게 교과서가 제때 공급되지 않아 수업에 차질을 빚던 문제를 법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2026년 10월 27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대통령령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령(제36784호)을 공포했다. 10월 20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이번 개정안은 10월 29일부터 모법인 개정 '초·중등교육법'과 함께 시행된다.

종전에는 시각장애 학생용 점자 교과서를 제작할 때 출판사에 완전한 원본 디지털 파일 제출을 강제하거나 세부 규격을 요구할 구속력 있는 법적 기준이 미흡했다. 점자 도서는 일반 도서와 달리 전사와 변환 등 추가 제작 공정이 필요한데도 원본 확보가 늦어져, 학기가 시작된 지 한두 달이 지난 4~5월에야 교과서가 보급되는 일이 잦았다. 교육계와 국민권익위원회 등에서도 꾸준히 제도 개선을 요구해 왔다.

신설된 제31조의2에 따르면 교과용 도서 발행 또는 제작자는 교육부장관이 지정하는 시스템으로 디지털 파일을 제출해야 한다. 제출 파일은 주문자에게 공급하는 교과용 도서와 표지부터 판권지까지 같아야 하며, 점자나 디지털 음성 등으로 쉽게 변환할 수 있는 형태여야 한다. 교육부장관은 제출된 파일이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하면 일정한 기간을 정해 보완을 요청할 수 있다. 접수 창구는 국립특수교육원 누리집 내 전용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파일을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정당한 사유'는 엄격하게 제한됐다. 개정안은 교과용 도서의 디지털 파일이 해킹이나 컴퓨터바이러스로 손상·삭제된 경우, 파일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인 경우, 이에 준하는 사유로 교육부장관이 인정하는 경우로만 예외를 한정했다. 저작권 침해 우려나 단순 업무 부담을 이유로 제출을 미루거나 거부하는 관행을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취지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시행령 개정을 계기로 점자 교과서 등 장애인 학생과 교원을 위한 교과용 도서를 제작하고 보급하기가 용이해졌다"며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 장애인 학생의 학업과 장애인 교원의 교육활동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