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플랫폼에서 형사 신고를 빌미로 합의금을 받아낸 뒤 고소를 취하하지 않고 잠적하는 범행에 형법상 사기죄나 공갈죄로 역고소할 수 있다는 법조계 판단이 나왔다. 스토킹처벌법 개정으로 반의사불벌 조항이 폐지된 점을 악용해 고소 취하를 조건으로 돈을 뜯어내는 기망 행위가 잇따르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디스코드나 오픈채팅 등 비대면 플랫폼에서는 상대방에게 연락을 유도한 뒤 돌연 스토킹처벌법 위반으로 신고했다며 합의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디스코드에서 받은 번호로 연락했다가 상대방들로부터 스토킹 혐의로 신고를 당하고, 고소 취하를 약속받아 합의금 15만 원을 송금했으나 사건번호조차 받지 못하고 연락이 끊긴 피해자가 나오기도 했다.
법조계는 상대방이 합의금을 편취할 목적으로 고소 취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송명호 변호사는 "상대방이 합의금을 받고 고소를 취하하기로 약속하고도 이를 지키지 않고 기망하였다면 사기죄나 공갈죄 등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며 "합의금을 수령한 후 고소를 취하하지 않거나 사건번호를 알려주지 않고 연락을 회피하는 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형법 제347조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형법 제350조의 공갈죄 역시 같은 법정형을 적용한다. 만약 상대방이 고소할 사정이 없었음에도 금전을 가로채려 허위 사실로 신고했다면 형법 제156조에 따른 무고죄로도 처벌받을 수 있다.
스토킹처벌법 개정으로 고소 취하 효력이 달라진 점도 주의해야 할 대목이다. 2023년 7월 11일 시행된 개정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종전 제18조 제3항의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폐지했다. 피해자가 처벌불원 의사를 밝히거나 고소를 취하하더라도 수사기관이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를 숨긴 채 처벌을 면하게 해주겠다고 속여 소액 합의금을 요구하는 행위가 늘고 있다.
다만 합의금 불이행으로 형사처벌을 끌어내려면 고의성을 입증해야 한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로톡뉴스 인터뷰에서 "피해자가 합의금을 받은 뒤 고소를 취하하지 않는 경우 민사상 계약불이행이 될 수 있으나, 사기죄로 인정되려면 애초부터 고소 취하 의사가 없었음에도 합의금을 받아낸 정황이 입증돼야 해 실무상 고의성 입증이 매우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송명호 변호사는 "역고소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인적 사항이나 연락처 등 구체적인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며 "상대방과의 대화 내용이나 송금 내역 등을 증거로 확보하여 경찰서에 고소장이나 진정서를 접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온라인에서 고소를 명목으로 합의금을 요구받은 경우 정식 접수증과 사건번호를 확인하기 전에는 송금하지 않는 실무 대처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