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아르바이트에 합격했다는 말에 속아 회사 요구대로 본인인증 번호를 넘겨줬다가 대포폰 개통 범죄 공범으로 몰릴 위기에 놓인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단순 사기 피해를 넘어 보이스피싱 범죄 도구를 제공했다는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거나 거액의 요금 폭탄을 떠안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최근 구인구직 사이트나 소셜미디어에서 '영상 자막 작업'이나 '데이터 라벨링' 등 재택 업무를 제안한 뒤, 신분증 사본과 인증번호를 요구하는 사기 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범죄 조직은 정식 채용인 것처럼 위장한 근로계약서를 보내 안심시킨다. 이어 업무용 태블릿 PC나 패드를 지급하려면 데이터 통신 연결과 보안 프로그램 등록이 필요하다며 통신사 SMS나 간편 인증번호를 넘겨받는 식이다.
구직자가 넘겨준 인증 정보는 곧바로 알뜰폰 통신사 등에서 여러 회선을 개통하는 데 쓰인다. 이렇게 개통된 유심과 단말기는 보이스피싱 콜센터 운영이나 미끼 문자 발송용 대포폰으로 유통되거나 비대면 대출 수단으로 악용된다. 금융감독원은 일반 기업이 사업자 명의로 업무용 기기를 지급하므로, 기기 개통을 이유로 인증번호를 요구하면 범죄를 의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제는 피해자가 수사기관의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전기통신사업법 제30조는 타인의 통신을 매개하거나 통신용으로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며, 이를 어길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구직자가 직접 인증번호를 건넨 외관이 형성돼 수사기관은 명의를 넘긴 공범이나 형법상 사기방조 피의자로 보고 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 실제로 대법원은 선불유심 개통 명의 대여 사안에서 타인의 통신용으로 쓰일 가능성을 용인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는 취지로 유죄 판단을 내렸다(2025도265).
통신사를 상대로 피해를 구제받기도 쉽지 않다. 통신사는 본인이 직접 인증 절차를 거친 점을 들어 자발적 개통으로 보고 단순 명의도용 접수를 거부하곤 한다. 이 경우 수백만 원에 이르는 단말기 대금과 소액결제 요금이 고스란히 피해자에게 청구된다.
사기 피해를 입었다면 즉시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의 '엠세이퍼(M-Safer)' 누리집에 접속해 '명의도용 가입제한 서비스'를 신청해야 한다. 추가 회선 개통을 막은 뒤 가입사실현황조회 서비스로 본인 명의로 개통된 모든 회선과 계좌를 확인하는 일이 급선무다.
관할 경찰서 사이버범죄수사팀이나 경제범죄수사팀을 찾아 정식 고소장도 제출해야 한다. 업무 지시 과정에서 나눈 대화 내역과 공고문, 인증번호를 요구받은 경위를 증거로 제출해 범죄 가담 의도가 없었음을 소명하는 것이 핵심이다. 경찰에서 '사건사고사실확인원'을 발급받아 해당 통신사에 제출해야 직권 해지와 요금 감면 처리를 받을 수 있다. 통신사가 처리를 거부하면 통신민원조정센터 분쟁조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