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돼 통장이 지급정지된 명의인은 동일 은행은 물론 국내 모든 금융기관에서 새로운 입출금 계좌를 만들 수 없다. 사기이용계좌나 대포통장 명의인 정보가 금융결제원과 전국은행연합회 등 전산망으로 실시간 공유되기 때문이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제4조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사기이용계좌로 의심되는 사정이 있으면 해당 계좌 전부에 즉시 지급정지 조치를 내려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법 제13조의2에 따라 명의인을 전자금융거래제한대상자로 지정해 금융회사에 통지한다. 대상자로 등록되면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포함한 비대면 금융거래가 전면 중단된다.
전 금융권 전산망 공유로 신규 개설 원천 차단
사기이용계좌 명의인은 문제 계좌 외에 다른 금융기관을 찾아가도 신규 통장을 개설할 수 없다. 은행연합회 신용정보관리규약은 대포통장 명의인으로 등록된 사람의 전 금융회사 입출금 계좌 개설을 최소 1년에서 최장 3년간 제한하고 비대면 거래를 정지하도록 규정한다. 특정 금융기관 계좌만 막힌 틈을 타 타행이나 비대면 채널로 새 계좌를 만들어 범죄 자금을 우회 수취하는 수법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2024년 8월 28일부터 시행된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시행령에 따라 금융회사의 금융거래 목적 확인도 법률상 의무가 됐다. 고객이 계좌 개설을 신청할 때 목적 확인 서류를 내지 않거나 사기 연루 정황이 발견되면 금융회사는 계좌 개설을 거절하거나 기존 계좌를 해지해야 한다.
헌법재판소 전원합의체 "계좌 전부 즉시 지급정지 합헌"
계좌 전부에 내려지는 즉각적인 거래 차단은 헌법재판소 판단을 거쳤다. 헌법재판소 전원합의체는 2022년 6월 30일 사기이용계좌 의심 시 계좌 전부에 즉각 지급정지를 내리도록 규정한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4조 제1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2019헌마579). 헌재는 보이스피싱 범죄가 신속하게 자금을 인출하는 특성이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피해금액이 특정되기 전이라도 계좌 전부에 지급정지 조치를 취할 공익상 필요성을 인정했다.
단순히 대가를 약속받고 체크카드나 통장을 빌려준 행위도 엄벌 대상이다.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은 대가를 수수하거나 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양도·대여하는 행위를 금지하며, 위반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광주지방법원은 대가를 받기로 하고 체크카드를 넘겨 보이스피싱 범죄에 쓰이게 한 명의인에게 초범이라 하더라도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2019노3150).
무고한 연루자 구제 절차와 주의사항
명의 도용이나 단순 오송금, 정상적인 물품 대금 수령으로 억울하게 연루된 경우에는 신속한 소명이 필요하다. 선의의 명의인은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7조에 따라 채권소멸절차 공고일로부터 2개월 이내에 거래 내역과 계약서, 대화 내역 등 객관적 증빙자료를 첨부해 해당 금융회사에 서면으로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
금융회사 전산에 걸린 신규 개설 제한과 전자금융거래 제한을 완전히 해제하려면 수사기관의 판단이 뒤따라야 한다. 경찰 단계에서 혐의없음 불송치 결정을 받거나 검찰의 무혐의 처분서를 발급받아 은행과 금융감독원에 제출해야 전산상 등록 해제가 완료된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에 따라 2026년 10월 1일부터는 사기이용계좌 피해자산 범위가 가상자산까지 확대된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거래소 계정 및 거래 제한 규정도 동등하게 적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