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기기의 최대 성능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정작 고사양 게임을 실행하면 기기 성능이 강제로 떨어지는 사실을 숨긴 삼성전자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00억 원대 과징금 제재를 받았다. 제조사가 발열 통제 등을 이유로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성능 상한을 제한한다면 이를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알려야 한다는 행정 판단이 내려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6년 10월 27일 삼성전자가 갤럭시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광고하면서 고사양 게임 실행 즉시 최대 성능이 제한되는 사실을 누락한 행위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01억 1,400만 원(잠정)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브리핑에서 발표했다. 제재 대상 제품은 스마트폰 갤럭시 S21·S22 시리즈와 태블릿 갤럭시 탭 S8 시리즈다.

기만적 광고 판단

공정위 조사 결과 삼성전자는 신제품 발표회와 공식 홈페이지, 홍보 영상 등에서 "역대 갤럭시 중 가장 빠른 5nm AP", "고사양 게임할 때 하드캐리", "모바일 게임 경험의 끝판왕" 같은 문구를 써서 게임 성능을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특정 고사양 게임 앱을 켜는 즉시 발열 관리 시스템인 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GOS)의 개별정책이 작동하도록 설정했다.

기기 온도에 따라 유동적으로 작동하는 일반정책과 달리, 개별정책은 온도와 상관없이 앱 실행 즉시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최대 동작 속도와 디스플레이 주사율을 강제 제한했다. 갤럭시 S22 시리즈로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를 구동할 경우 CPU 최대 클럭은 기존 2.99GHz에서 0.94GHz로 떨어져 31.4% 수준에 그쳤고, GPU 역시 818MHz에서 220MHz로 낮아져 원래 성능의 26.9% 수준으로 묶였다. 이런 속도 제한이 일률 적용된 게임은 갤럭시 S21 시리즈 82개, S22 시리즈 47개, 탭 S8 시리즈 8개에 달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중요 제한사항을 알리지 않은 행위가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 제3조 제1항 제2호가 금지하는 '기만적인 표시·광고'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순미 공정위 상임위원은 "일반 소비자로 하여금 기기의 게임 실행 성능에 대해 잘못 알게 하여 구매하도록 유인하는 등 합리적 구매 선택을 방해했다"며 "상품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제한사항은 소비자가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표시해야 함을 확인한 처분"이라고 설명했다.

과징금 산정과 배경 경과

과징금은 삼성전자가 2022년 3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GOS 의무 적용을 해제하기 전까지 발생한 관련 제품 매출액 4조 228억 원을 기준으로 산정됐다. 공정위는 부과기준율 0.5%를 적용했다. 당초 심사보고서에는 최대 644억 원 규모의 과징금 의견이 올랐으나, 회사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사후 조치한 점을 고려해 전원회의 심의에서 액수가 감경됐다.

이 논란은 2022년 초 갤럭시 S22 출시 직후 소비자들이 성능 저하를 발견하며 'GOS 사태'로 불거졌다. 구매자들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공정위에도 신고서를 접수했다. 민사소송의 경우 국내 1심에서 기만적 광고 행위는 인정되면서도 손해액 입증 부족으로 청구가 기각됐으며, 서울고법의 강제조정에 소비자들이 이의를 내지 않으면서 국내외 소송 8건이 모두 종결됐다.

삼성전자 행정소송 예고

삼성전자와 대리인인 법무법인 지평은 처분에 불복해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삼성전자는 "GOS는 게임 체감 성능을 높이고 기기를 안정적으로 최적화하는 기능"이라며 "관련 소송이 모두 종결되고 신고도 취하된 상황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는 입장을 냈다. 글로벌 제조사들도 공통으로 쓰는 방식이며 해외 당국에서 제재한 전례가 없다는 점도 덧붙였다.

대리인인 법무법인 지평 측은 "최적화 작동 방식을 광고에 일일이 넣지 않았다고 기만광고로 단정한 것은 부당하다"며 "초당 프레임(FPS) 등 실제 이용 경험에 미친 영향을 입증하지 못한 처분인 만큼 정식 의결서를 송달받는 대로 서울고등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IT 하드웨어 업계에서는 이번 제재가 마케팅 스펙과 소프트웨어 제어 정책 사이의 법적 기준을 가르는 주요 선례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