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의 고사양 게임 구동 능력을 집중 홍보하면서 실제로는 발열 제어를 위해 성능을 강제로 낮춘 사실을 숨긴 삼성전자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00억 원대 과징금 제재를 받았다. 반도체 칩의 이론상 최대 성능과 소프트웨어 제어 정책이 충돌할 때, 성능 저하 제한사항을 소비자에게 명확히 알리지 않으면 법상 기만광고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갤럭시 S21·S22 시리즈와 태블릿 PC 갤럭시 탭S8 시리즈를 광고하면서 고사양 게임 실행 즉시 성능이 일률 제한되는 사실을 은폐한 행위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약 201억 1,400만 원(잠정) 부과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처분에는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제2호가 금지하는 기만적인 표시·광고 행위 규정이 적용됐다.

사실관계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1년 1월부터 2022년 3월까지 홈페이지, 언팩 신제품 발표회, 홍보 영상 등에서 이 사건 기기들을 홍보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역대 갤럭시 중 가장 빠른 5nm AP, 고사양 게임할 때 하드캐리”, “모바일 게임 경험의 끝판왕” 등의 문구를 내세워 고성능 게임 구동 역량을 강조했다.

하지만 기기 내부에서는 고사양 게임이 실행되는 즉시 발열 관리 시스템인 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GOS) 개별정책이 강제 작동했다. 기기 온도나 배터리 상태와 관계없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최대 동작 속도와 주사율이 사전 지정 값으로 강제 하향 조정됐다. 갤럭시 S22에서 특정 게임 구동 시 CPU와 GPU 동작 속도는 본래 최대치의 31.4%와 26.9% 수준까지 제한됐으며, 강제 성능 제한 대상 게임은 갤럭시 S21 82개, S22 47개에 달했다.

제재 배경과 위법성 판단

공정위는 소비자가 고가 프리미엄 스마트기기를 구매할 때 고사양 게임 구동 성능을 핵심 지표로 고려한다고 봤다. 하드웨어 스펙만 부각하고 작동 즉시 성능이 대폭 떨어진다는 핵심 제한사항을 알리지 않은 행위는 소비자의 합리적인 구매 선택을 방해한 기만행위라는 판단이다.

과징금은 위반 기간 관련 제품 매출액 4조 228억 원에 부과기준율 0.5%를 적용해 산정됐다. 심사관은 당초 중대한 위반행위로 판단해 최대 644억 원대 과징금을 검토했으나, 삼성전자가 2022년 3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성능 제한을 풀고 퍼포먼스 모드를 신설하는 등 자진 시정한 사정을 참작해 중대성이 약한 위반행위로 수위를 낮췄다.

파장과 쟁점

이번 결정은 민사 법원의 손해배상 판단과 규제 당국의 행정처분이 엇갈린 사례다. 앞서 소비자 2,800여 명이 낸 집단 손해배상 소송에서 1심 법원은 재산상 손해 입증 부족을 이유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이어 2심인 서울고등법원도 발열 방지를 위한 최적화 조치라는 점 등을 들어 강제조정 결정을 내리면서 분쟁이 종결된 바 있다.

삼성전자 측 소송대리는 법무법인 지평이 맡았다. 삼성전자는 기기 최적화 작동 방식을 광고에 전부 싣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만광고를 적용한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의결서를 받는 대로 행정소송 제기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의결서가 정식 송달되면 삼성전자는 30일 이내에 서울고등법원에 처분 취소 소송을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