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혐의로 수사를 받는 피의자가 선처를 받겠다며 피해자에게 직접 사과나 합의를 요구했다가는 오히려 가중처벌이나 구속을 자초할 수 있다. 2023년 7월 반의사불벌죄 조항이 전면 폐지돼 피해자와 합의하더라도 형사사건이 자동으로 종결되지 않는다. 대법원 양형기준 역시 무리한 합의 시도를 가중처벌 요소로 규정하고 있다.
국회는 2023년 6월 21일 본회의에서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을 재석 246인 만장일치로 가결했으며, 해당 법률은 2023년 7월 11일 시행됐다. 개정법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규정했던 종전 제18조 제3항의 반의사불벌 조항을 전면 삭제했다. 과거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하며 집요하게 연락하다 보복 범죄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직접 합의 시도하면 가중처벌·추가 입건 위험
현행 스토킹처벌법 제18조 제1항에 따르면 지속적·반복적 스토킹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이용한 경우 제18조 제2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법정형이 무거워진다. 반의사불벌죄가 삭제되면서 피해자와의 합의나 처벌불원서 제출은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이나 법원의 감경 참작 사유로만 쓰일 뿐, 수사를 무조건 끝내는 사유가 되지 않는다.
특히 피의자가 직접 피해자에게 사과나 합의를 명목으로 전화·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찾아가는 행위는 치명적인 불이익으로 돌아온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시행 중인 스토킹범죄 양형기준은 '합의 시도 중 피해 야기'를 일반가중인자로 명시해 형량을 높이도록 권고하고 있다.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접촉을 시도하면 스토킹 행위가 추가 반복된 것으로 볼 수 있고, 법원의 접근금지 잠정조치 결정을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제20조)이 별도로 부과된다. 나아가 형법상 강요죄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보복협박 혐의가 적용돼 구속영장이 청구될 위험도 높다.
형사조정·형사공탁 등 공적 절차 활용해야
전문가들은 경찰 조사를 마치고 검찰로 송치된 단계에서 선처를 도모하려면 개인적 접촉을 완전히 차단하고 공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건을 담당하는 검사실에 정식으로 형사조정 회부를 신청해 분쟁조정 절차를 거치거나, 변호인을 통해 피해자의 의사를 신중하게 확인하며 합의 의사를 전달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피해자가 완강하게 합의를 거부한다면 공탁법 제5조의2에 따른 형사공탁제도를 활용해 법원에 피해 회복 노력을 객관적으로 소명해야 한다.
합의 여부와 별개로 재범 위험성이 없음을 입증하는 자료 준비도 병행해야 한다. 진정성 있는 반성문과 재발 방지 서약서, 가족·지인의 탄원서는 물론 전문 상담 기관의 상담 내역이나 치료 이수 내역 등을 담당 검사실에 제출하는 식이다. 2021년 10월 스토킹처벌법 제정 이후 2023년 11월까지 스토킹범죄 1심 실형 선고율은 18.7%로 형사 1심 전체 실형 선고율(29.2%)보다 낮았다. 그러나 양형위원회가 일반 스토킹범죄에도 법정 상한형인 징역 3년까지 선고를 권고하는 양형기준을 신설한 만큼, 절차를 벗어난 무리한 선처 호소는 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