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SNS) 중심의 공동구매 시장에서 판매 대행업체가 실제 판매량을 줄여 보고하고 정산금을 가로챈다는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 대행업체가 결제 관리와 고객 대응을 독점한 채 정산 근거인 매출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구조적 허점이 분쟁을 키우는 양상이다.
최근 네이버 지식iN 등 법률 상담 창구에는 공동구매 진행자가 대행사로부터 판매량을 축소 통보받아 정산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대응책을 묻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인플루언서나 소상공인 공급자가 유통 벤더와 수익 배분(RS) 계약을 맺은 뒤, 판매 대행사가 정산 내역을 임의로 가공해 공유하면서 갈등이 불거진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한국전파진흥협회가 발표한 디지털크리에이터미디어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크리에이터 기반 광고·마케팅·커머스 분야 매출은 1조 9,889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6% 증가했다. 관련 사업체 수도 2,132개에서 6,346개로 3배가량 늘며 급성장했지만, 거래 과정의 정산 투명성을 담보하는 시스템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진주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겸임교수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소셜미디어 공동구매는 유통 단계가 복잡하고 중개자와 판매자 간 권한·책임 경계가 모호해 분쟁 발생 시 책임 소재 규명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판매량 은폐 의혹이 불거졌을 때 가장 먼저 가공되지 않은 결제 원자료(Raw data)를 서면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주문과 결제, 취소, 환불 내역이 담긴 원장과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 정산 자료를 명시적 기한을 정해 내용증명 등 서면으로 요구해야 한다. 상대방이 제공을 거부할 때는 거부 사유 역시 서면으로 남겨둘 필요가 있다. 민법 제683조는 수임인이 위임인의 청구가 있을 때 위임사무의 처리상황을 보고하고 위임 종료 시 지체 없이 전말을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행업체가 장부 제출을 완강히 거부하거나 정산 불일치가 이어지면 법원을 거쳐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민사소송법 제344조에 따른 문서제출명령이나 제375조에 따른 증거보전을 신청해 PG사와 거래 은행의 계좌 입출금 내역을 확보하면 실제 매출액을 객관적으로 복원할 수 있다. 이렇게 확보한 객관적 결제 원장을 바탕으로 미지급 정산금 청구 소송을 이어가는 수순이다.
형사 고소는 혐의 요건을 신중하게 따져야 한다. 대법원은 위탁판매에서 비용과 수수료 공제 후 이익 분배 등 특별한 약정이 있는 경우, 명확한 정산 관계가 밝혀지기 전에는 대금 소비나 지급 지연만으로 곧바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82도1887, 89도813). 대행업체가 계약 초기부터 판매 수량을 속여 차액을 가로챌 고의가 입증돼야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나 형법 제356조의 업무상 배임·횡령죄를 적용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 가이드북을 통해 "정산 시점에 거래가격이나 수량이 상이한 경우 양 당사자의 합의를 증명하는 자료와 수정 전후 주문서를 명확히 구비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조계에서는 계약 체결 단계부터 결제대행사 정산 원장 열람권과 실시간 판매 대시보드 접근 권한을 명문화해 분쟁 위험을 차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