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없는 상태에서 배우자가 사망해 생존 배우자와 시부모가 상속재산분할협의서를 작성할 때, 빚을 배우자가 모두 떠안기로 합의하더라도 금융기관의 동의가 없으면 시부모에게 대출금과 카드대금 청구가 이어질 수 있다. 상속인 간 내부 약정만으로는 대외적인 채무 면책 효력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통장 잔액이나 카드대금 세부 액수를 원 단위까지 협의서에 일일이 적어야 하는지를 두고도 실무상 기준이 갈린다. 부동산이나 차량과 달리 수시로 변동되는 금융자산과 부채는 작성 요령을 달리해야 불필요한 서류 재작성과 법적 분쟁을 막을 수 있다.
통장 잔액·카드값, 원 단위 기재 불필요
상속재산분할협의서는 등기나 등록을 거쳐 명의를 바꿔야 하는 적극재산을 중심으로 작성하는 것이 원칙이다. 부동산은 등기부등본에 표시된 주소와 지번, 동·호수를 명확히 기재해야 소유권이전등기가 가능하고, 자동차 역시 차량번호와 차명을 구체적으로 적어야 이전등록을 마칠 수 있다.
반면 은행 예금이나 카드대금은 수시로 이자가 붙거나 결제액이 변동된다. 협의서에 원 단위 금액까지 상세히 적기보다는 은행명과 계좌번호를 적고 '예금채권 일체'로 특정하는 방식이 통용된다. 소액 예금은 협의서 기재와 별개로 상속인 전원의 인감증명서나 본인서명사실확인서를 첨부한 금융기관 자체 '상속예금 청구서'를 제출해 일괄 인출하는 절차를 거친다.
빚은 분할 대상 아니다…대법원 "금융사 승낙 필수"
주의할 점은 주택담보대출이나 카드대금 같은 금전채무의 처리다. 민법 제1000조와 제1003조에 따라 자녀가 없는 상태에서 배우자가 사망하면 생존 배우자와 직계존속(시부모)이 공동상속인이 되며, 법정상속분은 배우자 1.5 대 시부모 각 1(배우자 3/7, 시부모 각 2/7) 비율로 나뉜다.
대법원은 금전채무처럼 나눌 수 있는 상속채무는 상속 개시와 동시에 법정상속분에 따라 공동상속인에게 당연히 분할돼 승계된다고 판단했다(97다8809). 원칙적으로 상속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취지다. 상속인끼리 협의해 배우자가 빚을 전액 인수하기로 정했더라도 이는 민법 제454조에 따른 채무인수에 해당한다.
채권자인 은행이나 카드사의 사전 또는 사후 승낙이 없다면 다른 상속인의 법적 책임은 사라지지 않는다. 금융회사가 법정상속 지분에 따라 시부모에게 대출금이나 카드대금 변제를 요구할 경우 시부모는 협의서 내용을 근거로 변제를 거부할 수 없다. 채무를 완전히 정리하려면 금융기관의 정식 채무인수 심사를 통과하거나 상속받은 재산으로 채무를 즉시 상환해야 한다.
포괄조항 활용과 상속포기 기한 검토
실무에서는 나중에 미처 파악하지 못한 재산이 드러나 협의서를 다시 쓰는 번거로움을 줄이고자 포괄조항을 둔다. 협의서 말미에 "기재된 재산 외에 추후 발견되는 모든 적극재산은 배우자가 단독으로 상속한다"는 취지의 문구를 넣는 방식이다.
배우자 명의 주택 담보대출과 카드대금 등 채무가 적극재산보다 많을 가능성이 있다면 협의서 작성 자체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상속재산분할협의를 진행하면 상속을 단순승인한 것으로 간주돼 고인의 채무 전체를 떠안게 된다. 채무 초과가 우려될 때는 민법 제1019조에 따라 상속 개시를 안 날부터 3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를 청구해야 채무 승계 위험을 막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