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9%를 차지하는 철강업계의 저탄소 설비 전환을 뒷받침하고자 정부와 금융권이 나섰다. 전환금융 지원과 인증 기준 신설 등 제도를 손질한다.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수소환원제철과 전기로 공정 전환에 정책금융을 연결하고, 초기 시장 형성을 위해 공공조달 연계와 전력비 부담 완화 방안까지 함께 다루기로 했다.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공동위원장 한성숙 국무총리·이창훈 민간위원장)는 금융위원회와 함께 2026년 10월 28일 서울 용산구 피스앤파크컨벤션에서 '산업부문 저탄소 전환정책 포럼(제2차)'을 열었다. 이날 포럼에는 정부와 철강산업계, 학계, 금융권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해 철강 현장의 전환 과제와 한국형 녹색대전환(K-GX) 추진을 위한 투자·금융 연계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포럼은 2024년 12월 23일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계와 금융계, 관계 부처가 협력해 출범한 '탄소중립 그랜드 얼라이언스'의 후속 논의 자리다. 2026년 7월 열린 제1차 포럼에서 산업 녹색전환과 자발적 탄소시장 연계 방안을 다룬 데 이어, 이번에는 2018년 기준 산업부문 최대 온실가스 배출 업종인 철강산업을 집중 조명했다. 에너지데일리 등에 따르면 기후솔루션은 철강산업의 탈탄소 전환이 늦어질 경우 향후 25년간 국가 경제가 약 1,909조 원의 생산·부가가치 효과와 72만 개의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행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 제2조 제18호와 제19호는 녹색분류체계 기반 경제활동에 금융을 제공하는 '녹색금융'과 온실가스 감축을 지원하는 '전환금융'의 법적 정의를 규정한다. 같은 법 제68조의2는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이 녹색금융 및 전환금융 활동에 우선해 자금을 공급하거나 보증할 수 있는 근거를 두고 있다. 석탄 기반 고로에서 수소환원제철 등으로 공정을 바꾸려면 장기간의 기술 개발과 설비 투자가 필수여서 이 조항을 활용한 장기 금융 지원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이날 발제에서는 정부 부처와 유관기관이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1세션에서는 강연주 산업통상부 철강세라믹과장이 철강산업 저탄소 전환 정책방향을, 구윤모 서울대학교 교수가 국내 철강산업 경쟁력 확보전략을 발표했다. 2세션에서는 박재훈 금융위원회 산업금융과장이 전환금융 추진현황과 방향을 설명했고, 염정섭 기후에너지환경부 녹색전환정책과장과 김녹영 대한상공회의소 탄소감축인증센터장이 각각 녹색·전환투자 지원방안과 산업계 투자 과제를 발제했다.

산업계와 전문가들은 금융 지원을 넘어 전력 인프라 확충과 초기 시장 창출을 위한 법·제도적 뒷받침을 요구했다. 뉴스;트리와 에너지신문 등에 따르면 이상민 포스코홀딩스 상무는 2026년 4월 포항제철소에 30만 톤 규모의 수소환원제철 실증 설비를 착공한 사실을 언급하며 "수소환원제철 상용화를 위해서는 경제적인 무탄소 수소의 공급망과 전력 인프라 등 생태계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건의했다. 남정임 한국철강협회 실장은 "전기로를 활용한 철강 생산 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의 60~70%가 전력사용에 따른 간접배출"이라며 "유럽연합(EU)처럼 전기요금에 전가된 탄소 비용을 국가가 보상하는 제도와 유연한 PPA(직접전력구매계약) 정책 도입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수요 확보와 보상 체계를 손질해야 한다는 제언도 잇따랐다. 뉴스;트리에 따르면 구윤모 교수는 "기술이 있어도 저탄소 제품 시장이 없으면 공정 전환은 불가능하다"며 "초기 물량에 대해 정부가 원가 차액을 직접 보조하는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녹영 센터장은 "기업들이 자선사업을 하는 것이 아닌 만큼 투입 대비 성과의 불확실성을 없애려면 사후 지급이 아닌 톤당 보상 가격을 사전에 확약해주는 체계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장재훈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 본부장도 국가 차원의 품질 보증과 공공조달 연계를 주문했다.

정부는 현장 건의를 반영해 관계 부처 협의와 기준 마련에 착수할 계획이다. 뉴스;트리에 따르면 강연주 과장은 "인프라 구축을 위해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협력을 강화하고, 전기로를 사용하는 기업들의 전력비용 애로사항을 수렴할 별도의 소통채널을 만들겠다"며 "국내 여건에 맞는 저탄소 철강인증 기준 수립과 공공조달 연계를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에너지데일리에 따르면 이창훈 민간위원장은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과 함께 기후금융이 기업의 전환 투자 수요와 효과적으로 연결돼 실질적인 감축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논의에 따라 기업 법무팀과 금융권에서는 탄소중립기본법 제68조의2에 따른 정책금융기관의 전환금융 지원 요건과 녹색분류체계 적합성 심사 기준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앞으로 신설될 저탄소 철강제품 인증 기준과 공공조달 연계 방안, 직접전력구매계약(PPA) 제도 개선 향방도 철강업계의 설비 투자와 원가 구조를 좌우할 실무 변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