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인 400메가와트(MW)급 육상 태양광 발전소 건설과 반도체·바이오 설비 투자에 정책금융과 민간 자금을 합쳐 총 1조446억 원이 투입된다. 대규모 전력을 소비하는 반도체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직접 조달해 RE100(필요 전력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달성하도록 돕고 첨단산업 공급망을 강화하려는 조치다.

금융위원회는 2026년 10월 29일 열린 국민성장펀드 기금운용심의회에서 해남 태양광 발전 인프라 등 총 4건의 자금 지원을 승인·의결했다고 밝혔다. 승인 규모는 해남 태양광 발전 인프라 투융자 6,846억 원(첨단전략산업기금 1,000억 원), 피에스케이 대출 1,400억 원(기금 1,200억 원), 녹십자 대출 1,700억 원(기금 1,700억 원), 하나마이크론 대출 500억 원(기금 500억 원)이다.

이번에 의결된 4건은 지난 9월 신설된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첫 논의를 거쳤다. 외부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된 리스크관리위원회는 사업 선정과 안건 검토 과정에서 금융·비금융 리스크 전반을 독립적으로 사전 검토해 투자심의위원회와 기금운용심의회에 제공하는 기구다. 한국산업은행법 제29조의7에 따라 설치된 첨단전략산업기금과 민간 자금이 결합하는 대형 프로젝트에서 잠재 위험을 미리 점검하는 절차가 본격 가동된 셈이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해남 태양광 발전사업은 한국남동발전 등이 참여한 해남희망에너지가 전남 해남군 문내면·황산면 일원에 400MW급 발전소를 건설해 20년간 운영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 6,846억 원 가운데 첨단전략산업기금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로 1,000억 원을 지원하고 민간 금융기관과 발전사가 5,846억 원을 부담한다.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모듈과 OCI파워의 인버터 등 주요 자재에 100% 국산 설비를 쓴다.

생산된 전력은 한국남동발전에 20년간 판매된 뒤 전기사업법 제16조의5에 따른 직접전력구매계약(직접PPA) 방식으로 반도체 첨단기업 등에 공급된다. 한국남동발전과 조선일보에 따르면 연간 529기가와트시(GWh)의 전력이 SK하이닉스 제조공장 등에 공급돼 반도체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권 부담 완화와 RE100 이행을 뒷받침한다. 이 사업은 2019년 4월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뒤 농지 타용도 일시사용허가 등을 거쳐 2026년 8월 7일 착공했다. 상업운전 목표 시점은 2028년 8월이다.

대규모 간척지 개발을 둘러싼 지역 내 이견은 풀어야 할 과제다. 해남희망에너지 측은 인근 문내·황산면 약 4,500세대가 총사업비 4% 규모의 채권 투자로 참여해 20년간 매년 61억 원의 소득을 공유하고 발전기금 57억 원 등을 환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한국농정신문과 해남신문에 따르면 김수경 해남군농민회 문내면지회장은 우량농지인 혈도간척지에 전력시설이 집중되는 데 우려를 나타냈다. 김문재 혈도역간척추진위원회 회장은 갯벌 생태계 복원을 주장하며 사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반도체 밸류체인(가치사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공정·후공정 설비 자금도 함께 풀린다. 반도체 스트립(Dry Strip·감광액 잔여물 제거) 장비 세계 점유율 1위 기업인 피에스케이는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내 생산공장 구축과 연구개발에 약 1,819억 원을 투자한다. 이 중 1,400억 원은 첨단전략산업기금(1,200억 원)과 민간(200억 원) 대출로 조달한다. 반도체 후공정(OSAT·패키징 및 테스트) 기업인 하나마이크론은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시스템 반도체 테스트 공장 구축에 700억 원을 투입하고 기금에서 500억 원을 대출받는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녹십자가 충북 청주 오창공장의 차세대 혈액제제 임상 연구개발과 생산설비 구축에 총 2,100억 원을 투자하며 첨단전략산업기금에서 1,700억 원을 지원받는다. 호주 CSL, 일본 다케다, 스페인 그리폴스 3사가 과점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수요가 늘고 있는 피하주사형 면역글로불린(SCIG)의 미국 임상과 생산 확대를 뒷받침하는 자금이다.

국민성장펀드는 이번 건을 포함해 10월 말까지 간접투자펀드 결성액을 합쳐 누적 39건, 총 22조3,000억 원의 자금 지원을 승인했다. 금융위는 4분기에 결성이 마무리될 간접투자 물량을 감안하면 올해 승인 목표인 30조 원을 조기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위는 지난 10월 22일 한국산업은행법 시행령 제28조의6제2항의 기금 지원 대상에 우주항공산업과 양자산업을 추가하는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12월 1일까지 의견을 수렴한 뒤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시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