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에서 만난 상대방과 서로 동조하며 성적인 농담을 주고받았다가 당일 고소 협박과 함께 합의금 요구를 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법조계는 상대방이 유도하거나 동의한 대화는 범죄가 성립하기 어렵고, 겁을 먹어 약속한 합의금도 지급할 법적 의무가 없다고 설명한다.
최근 온라인 법률상담 플랫폼에는 오픈채팅에서 서로 신체를 보여주기로 동의하고 성적 표현을 썼다가 상대방 측으로부터 성희롱 고소 협박을 받았다는 A 씨의 사연이 올라왔다. 겁이 난 A 씨가 합의금을 주겠다고 약속하자, 피해 여성 본인이 아닌 남자친구와 그의 아버지라는 인물이 연락해 당일 신고하겠다며 남자친구 명의 계좌로 송금을 요구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3조(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는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통신매체를 이용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이나 글 등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을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대법원은 2024년 11월 28일 온라인 게임 채팅창에서 성적 욕설을 전송해 기소된 사건에서 원심 유죄 판결을 파기환송했다(2023도7199).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을 줘 심리적 만족을 얻으려는 욕망이 입증되지 않으면 통신매체이용음란죄 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이재호 변호사는 “상대방의 동의나 유도 하에 이루어진 상호 간의 성적 대화는 성적 수치심을 주어 자기 또는 타인의 성적 욕구를 충족할 목적이 부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통신매체이용음란죄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문해리 변호사 역시 상대방이 먼저 대화를 유도하고 서로 긍정적 반응이 오갔다면 법적으로 성적 목적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짚었다.
법조계는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개입해 타인 명의 계좌로 당일 합의금을 요구하는 행태를 전형적인 공갈 사기 수법으로 본다. 2020년 5월 19일 개정 법률(법률 제17264호)로 통신매체이용음란죄 벌금형 상한이 5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높아졌다. 이 때문에 성범죄 전과 기록이 남을지 모른다는 공포심을 노려 합의금을 뜯어내는 기획 공갈 집단이 성행하고 있다. 경찰청과 대검찰청 범죄통계를 보면 통신매체이용음란죄 발생 건수는 2019년 1,437건에서 2020년 2,047건, 2021년 5,063건으로 급증했다.
이재호 변호사는 “공포심이나 법적 무지 상태에서 작성하거나 약속한 합의는 강박 또는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로 취소할 수 있으며, 실제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면 합의금을 지급할 법적 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민법 제110조는 사기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법무법인 에스제이파트너스 옥민석 변호사는 로톡뉴스에 합의금 지급 뒤 추가 금전을 요구하는 행태는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절대 응하지 말고 부당이득 반환 청구와 형사고소를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협박을 받았다면 송금을 멈추고 연락을 차단한 뒤 증거부터 모아야 한다. 법무법인 강현 김선호 변호사는 대화 캡처와 원본, 상대방 전화번호와 계좌번호, 통화기록, 오픈채팅 로그 등을 보관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조언했다. 확보한 자료를 지참해 경찰서에 방문하면 형법 제350조(공갈) 및 제352조(미수범), 제347조(사기)에 따라 공갈미수죄 또는 사기미수죄로 고소할 수 있다. 실제로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은 랜덤채팅 앱에서 성적 대화를 유도한 뒤 고소하겠다고 협박해 합의금을 갈취한 일당에게 공갈죄를 적용해 실형을 선고했다(2025고합5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