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 말다툼을 벌이다 상대방에게서 신상정보를 텔레그램에 유포하겠다는 협박을 받고, 9명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 초대돼 집단으로 욕설과 성희롱을 당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가해자들이 익명성에 기대 금전을 요구하고 실제로 신상을 공개해 하루 200통씩 장난전화가 걸려 오게 만들었더라도 처벌할 길은 있다. 피해자가 돈을 보낸 계좌이체 내역이 있으면 수사기관이 가해자를 특정해 처벌할 수 있다는 법조계 조언이 나온다.

2026년 10월 21일 네이버 지식iN에는 신상 유포 협박에 겁을 먹고 가해자에게 20만 원이 넘는 돈을 입금했으나, 이미 텔레그램에 신상이 공개돼 장난전화 피해를 겪고 있다는 상담 글이 올라왔다. 피해자 A 씨는 가해자의 거주 지역과 실명, 계좌번호, 계좌이체 내역을 확보한 상태에서 형사 고소와 검거가 가능한지 물었다.

전문가들은 돈이 오간 금융 거래 내역이 익명 범죄자를 잡는 핵심 단서가 된다고 설명한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법무법인 명륜 오지영 변호사는 “텔레그램은 익명성이 강해 수사기관이 대화 상대를 직접 추적하기 어렵지만, 돈이 오간 계좌는 명의인을 바로 확인할 수 있어 가해자를 특정하는 데 결정적인 단서가 된다”고 답했다. 주범이 검거되면 조사 과정에서 대화방에 있던 다른 가해자들이 함께 드러나기도 한다.

해외 메신저 자체의 수사 협조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경제와 텔레그램 투명성 보고서에 따르면 텔레그램은 2024년 10월부터 한국 수사당국에 협조하기 시작해, 2025년 한 해 동안 한국 수사기관에 범죄 피의자 총 5,454명의 IP 주소 및 전화번호를 제공했다. 2025년 4분기 제공 인원은 1,495명으로 분기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상정보를 퍼뜨리겠다고 겁을 주어 돈을 받아낸 행위는 형법 제350조 공갈죄에 해당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인 이상이 공동으로 범행한 경우에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항에 따라 가중처벌 대상이 된다. 부정한 수단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해 제3자에게 유포한 행위는 개인정보 보호법 제59조 및 제71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여러 명이 모인 대화방에서 욕설과 비하 발언을 한 가해자들에게는 형법 제311조 모욕죄(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가 성립한다.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글을 보낸 이들에게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3조 통신매체이용음란죄(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를 물을 수 있다. 다만 모욕죄는 친고죄여서 형사소송법 제230조에 따라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고소해야 공소제기가 가능하다. 공갈죄 등 다른 범죄는 고소 기간 제한을 받지 않는다.

유포된 신상을 보고 걸려 오는 하루 수백 통의 장난전화 역시 형사처벌 대상이다. 대법원은 2023년 5월 18일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어 벨소리가 울리게 하거나 부재중 전화 문구가 표시되게 한 행위를 두고 판결을 내렸다. 실제 통화가 연결되지 않았더라도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다목이 정한 ‘음향·글을 도달하게 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2022도12037).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반복하면 같은 법 제18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피해자가 경찰서 사이버수사팀에 고소할 때는 가해자가 메시지를 삭제하기 전에 텔레그램 아이디와 대화방 이름이 보이도록 대화 내용을 캡처해 두어야 한다. 신상이 공개된 채널 주소와 장난전화가 걸려 온 통화 목록, 송금 내역도 함께 정리해 제출하면 된다. 온라인에 남아 있는 신상정보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나 한국인터넷진흥원 개인정보침해 신고센터에 삭제를 요청할 수 있다. 가해자가 검거된 뒤에는 합의나 배상명령, 민사소송으로 피해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