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새벽까지 이어지는 위층 발걸음 소리와 가전 소음에 시달려도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임대차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남은 월세나 보증금을 돌려받기는 어렵다. 법원이 이웃 세대의 층간소음을 집주인이 고쳐야 할 주택 자체의 물적 하자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온라인 법률상담 플랫폼에는 연세 계약을 맺고 거주하던 중 오전 7시부터 자정, 간혹 새벽 2시까지 이어지는 위층의 발걸음과 청소기 소음 때문에 중도 퇴거를 고민한다는 세입자 A 씨의 사연이 올라왔다. 집주인이 두 차례 위층에 주의를 당부했지만 소음이 줄지 않았고, 만기인 2027년 4월 30일 전에 이사를 가면 남은 기간의 월세를 돌려받을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민법 제623조는 임대인에게 계약 존속 중 목적물을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로 유지할 의무를 부과한다. 제627조는 임차인의 과실 없이 목적물을 사용·수익할 수 없고 잔존 부분으로 임차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때 해지권을 인정한다. 그러나 법원은 다른 세대가 내는 생활소음까지 집주인의 유지·수선 의무 범위에 포함되지는 않는다고 본다.
실제 서울북부지방법원은 2024년 5월 21일 보증금 4억8,000만 원에 2년 계약을 맺은 세입자가 위층 층간소음을 이유로 집주인에게 민법 제623조 위반을 들어 계약 해지와 보증금 반환을 청구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2023가단124967). 재판부는 “층간소음 기준은 공동주택 사용자들 사이에 준수해야 할 행위기준에 해당할 뿐, 목적물 자체의 물적 기준이나 소유자의 유지보수 기준으로 확장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구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상 기준이 소유자에게 부과되는 의무가 아니라는 점과 기준치 초과를 입증할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도 기각 사유로 들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대표변호사는 온라인 법률상담 답변에서 임대인은 임차인이 주택을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지만 다른 세대의 모든 소음을 막을 책임까지 지는 것은 아니라고 짚었다. 로톡 법률가이드에 따르면 신지수 변호사도 “층간소음으로 인한 임대차계약 해지는 임대인의 귀책이 입증되지 않는 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집주인이 윗집에 주의를 당부하는 등 기본적인 조치를 취했다면 계약 위반 책임을 묻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세입자가 짧은 휴대전화 동영상만 남긴 채 합의 없이 퇴거하면 남은 계약 기간의 차임 지급 의무를 그대로 떠안을 수 있다. 2023년 1월 2일 시행된 환경부·국토교통부 공동부령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은 뛰거나 걷는 직접충격소음의 1분간 등가소음도(Leq) 기준을 주간(06:00~22:00) 39dB(A), 야간(22:00~06:00) 34dB(A)로 정한다. 최고소음도(Lmax)는 주간 57dB(A), 야간 52dB(A)를 1시간에 3회 이상 넘길 때 기준 초과로 본다. 텔레비전 등 공기전달소음의 5분간 등가소음도는 주간 45dB(A), 야간 40dB(A)다. 스마트폰 녹음이나 짧은 영상만으로는 이 법정 기준 초과와 지속성을 입증하기 어렵고, 청소기 소리와 발걸음 소리는 발생 원인과 측정 기준도 다르다.
소음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직접 위층을 찾아가 항의하는 행동부터 피해야 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웃을 직접 찾아갔다가 주거침입이나 협박, 스토킹처벌법 위반 시비 등 2차 분쟁으로 번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신 공동주택관리법 제20조에 따라 관리사무소나 단지 내 층간소음관리위원회에 민원을 넣어 사실 조사와 중단 권고를 요청하는 것이 우선이다.
관리주체의 조치에도 소음이 계속되면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1661-2642)’에 전화상담과 현장진단, 무료 소음측정을 신청해 객관적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이후 중앙·지방 환경분쟁조정위원회나 국토교통부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거나, 민법 제750조에 따라 가해 세대에 직접 불법행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기준상 수인한도를 5dB(A) 초과할 때 1인당 배상액은 6개월 이내 52만 원, 1년 이내 66만3,000원, 2년 이내 79만3,000원, 3년 이내 88만4,000원이다. 대전지방법원은 2016년 전문 측정기로 6개월간 45~72.8dB의 소음이 측정된 사건에서 가해 세대에 피해자 1인당 200만 원의 위자료 배상을 판결했다.
당장 이사를 원한다면 소음 발생 일시와 지속시간 기록, 관리사무소 조치 경과를 서면으로 정리해 집주인에게 알리고 중도 해지와 미사용 기간 월세 정산 합의를 요청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새 세입자를 구하는 조건으로 합의 해지를 협의하면 남은 기간 차임을 둘러싼 분쟁을 줄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