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직원을 징계할 때 변호사 동석을 허용해야 하는지, 이를 거부하고 내린 해고는 유효한지를 두고 대법원이 공개변론을 연다. 취업규칙 등에 별도 규정이 없는 민간 사기업이나 사립학교 직원의 징계절차에서도 근로자의 변호사 조력권을 보장해야 하는지 대법원의 첫 판단 기준이 나올 전망이다.

대법원은 2026년 11월 3일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상고심 2건(2024두64888, 2025두34603)을 두고 오는 12월 8일 오후 2시 대법정에서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재판장인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전원이 참석하며, 주심은 각각 권영준 대법관과 신숙희 대법관이다. 조 대법원장 취임 이후 열리는 두 번째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이다. 2024년 10월 23일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의무 부작위 관련 손해배상 사건(2022다289051) 이후 처음 열린다.

대법원에 상고된 두 사건은 모두 징계해고된 근로자가 변호사 동석 거부를 절차적 하자로 주장하며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이다. 법률신문과 월간노동법률 등에 따르면 첫 번째 사건의 원고인 학교법인 B 대학교 직원은 비위 의혹으로 감사반 징계조사 면담을 받으면서 자신이 선임한 변호사 동석을 요구했다. 그러나 거부당했고,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해고됐다. 두 번째 사건의 원고인 정보기술(IT) 기업 C 회사 직원 역시 직장 내 괴롭힘 등의 사유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자 변호사 배석 가능 여부를 문의했으나 불허 통보를 받은 뒤 해고됐다.

두 근로자는 모두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이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냈으나 1심과 2심에서 잇따라 패소했다. 월간노동법률에 따르면 학교법인 직원 사건의 1심(2022구합61595)과 2심 재판부는 "관련 규정 어디에서도 징계대상자에게 반드시 변호사를 선임해 조력을 받을 기회까지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찾을 수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이번 공개변론의 핵심 쟁점은 사인 간 징계절차에서 사용자가 근로자의 변호사 동석을 허용해야 하는지와, 동석을 허용하지 않은 채 이루어진 징계의 효력이다. 법률신문에 따르면 세부 쟁점으로는 징계조사 및 징계위원회 단계별 변호사 동석 허용 여부와 법적 근거, 동석 변호사의 역할과 한계가 꼽힌다. 동석을 제한할 수 있는 예외 사유와 동석 불허 징계의 효력, 절차상 하자 치유 가능성 등도 다룬다.

그동안 공법상 징계나 사립학교 교원 징계에서는 변호사 동석권이 폭넓게 인정됐다. 대법원은 2018년 3월 13일 육군3사관학교 사관생도 퇴교처분 사건(2016두33339)에서 행정절차법 제12조와 적법절차 원칙을 근거로 "변호사가 징계위에 출석해 필요한 의견을 진술하는 것은 방어권 행사의 본질적 내용에 해당하므로 행정청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거부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2026년 8월 13일에는 사립대학 교원징계위원회가 대상자의 변호사 동석 요구를 거부하고 심의장 밖 인근 대기실에 머물게 한 징계를 두고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어 원칙적으로 무효라고 판단했다(2024두61155).

반면 일반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사인 간 징계절차에서는 명확한 법리가 확립되지 않았다. 헌법 제12조는 적법절차 원칙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규정하고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 등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사기업 내부 징계절차에 변호사 대리권을 명시한 행정절차법 규정이 곧바로 적용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산업현장 전반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주요 노동·경영 단체에 의견서 제출을 요청했다. 공개변론 당일에는 원고 측 참고인으로 권오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출석해 근로자 방어권 보장 차원의 동석 필요성을 진술한다. 피고 측 참고인으로는 권혁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가 나와 사용자의 징계권 행사 재량과 현장 운영 부담 측면을 진술할 예정이다.

대법원이 사인 간 징계에서도 변호사 동석권을 인정하면 기업들의 인사·노무 실무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한국경제와 법률신문 등에 따르면 사내 징계규정에 별도 조항이 없더라도 변호사 동석을 거부하면 징계처분 전체가 무효로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의 취업규칙 개정과 징계절차 재정비가 필요해진다. 다만 월간노동법률에 따르면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법리적으로는 의미 있는 판결이 나올 수 있겠지만 실무적으로 큰 파장을 미치는 판결까지는 아니라고 본다"며 "회사 입장에서도 징계대상자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방어권을 보장해 주는 게 적법한 징계절차를 위해 좋은 일이기 때문에 이 문제로 분쟁을 만들지 않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뉴스1과 뉴시스에 따르면 공개변론은 재판부 쟁점 정리, 당사자 측 변론, 재판부 질의응답 순으로 약 2시간 동안 진행된다. 당일 오후 1시 10분부터 대법정 앞에서 방청권을 선착순 배포한다. 변론 과정은 대법원 유튜브와 네이버TV, 법원TV로 실시간 중계하며, 대법원은 변론 종결 후 심리를 거쳐 최종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