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에게 국립대학교 교수 임용을 청탁해주겠다고 속여 약 6년 동안 5억 2,000만 원이 넘는 금품을 가로챈 전직 고등학교 교사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사제 간 신뢰를 악용해 거액을 편취한 데다 공무원 직무 알선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해 가중처벌 규정과 전액 추징이 함께 적용됐다.

부산지법 형사6부(재판장 임성철 부장판사)는 2026년 9월 18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전직 고등학교 교사 A 씨를 징역 2년 6개월에 처하고 5억 2,305만 2,800원 추징을 명했다(2026고합10138).

사실관계

중앙일보와 SBS,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피해자는 A 씨가 근무하던 고등학교 제자로 대학원에서 체육학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대학교수 임용을 희망하고 있었다. A 씨는 2017년 12월 부산의 한 식당에서 피해자와 그 부친에게 “교육부 국장과 그 멤버들을 잘 알고 있다”며 “작업비를 주면 그들에게 청탁해 수도권 국립대학교 교수로 임용되도록 해주겠다”고 거짓말했다.

그러나 A 씨가 내세운 교육부 국장 등은 실존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A 씨는 피해자를 국립대 교수로 임용시켜 줄 의사나 능력이 전혀 없었고 받은 돈을 개인 용도로 쓸 목적이었다. A 씨는 “심사위원들의 골프 여행 식비와 숙박비를 줘야 한다”, “교육부 국장이 차량을 교체하는 데 성의 표시를 해야 한다”는 등의 구실을 대며 2017년 12월부터 2023년 1월까지 32회에 걸쳐 작업비·활동비 명목으로 합계 약 5억 820만 원을 송금받았다.

A 씨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교육부 국장 등에게 줄 명절 인사 및 교수 임용 답례 명목으로 상품권·물품(12회 약 1,200만 원 상당)과 식사비·술값(12회 285만여 원 상당) 등 합계 약 1,485만 원 상당을 교부받아 총 5억 2,305만 2,800원을 편취했다.

재판부 판단

재판부는 A 씨에게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죄와 특정범죄가중법상 알선수재죄를 모두 인정했다.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무의 처리에 관해 청탁·알선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경우 실제로 알선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더라도 사기죄와 알선수재죄가 동시에 성립한다.

재판부는 “과거 사제 관계로 형성된 인적 신뢰를 이용해 적극적이고 반복적으로 피해자를 기망했다”며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입은 경제적 피해가 막대하고, 그들이 느꼈을 배신감과 정신적 고통도 매우 컸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다만 A 씨가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피해자와 합의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일부 피해를 변제한 점 등은 양형에 고려했다”며 특별한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참작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번 사건은 사기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이어서 법정형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인 특정경제범죄법 제3조 제1항 제2호가 적용됐다. 다만 피해자와의 합의와 일부 피해 변제 등 유리한 정상이 참작돼 형법 제53조 및 제55조에 따른 작량감경을 거쳐 2년 6개월의 형량이 정해졌다. 공무원 직무 알선 명목으로 취득한 재산은 몰수하고 몰수할 수 없을 때에는 그 가액을 추징하도록 한 특정범죄가중법 제13조에 따라 범죄수익 전액인 5억 2,305만 2,800원의 추징도 명령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