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면평가 점수가 기준보다 0.298점 모자란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평정 결과와 상관없이 직원을 승진 대상에서 완전히 배제한 공기업의 인사 처분은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다면평가를 10%만 반영하도록 한 상위 인사규정을 어기고 하위 지침으로 사실상 승진 탈락 기준을 만든 것은 위임 범위를 벗어났다는 취지다.

부산지법 제11민사부(재판장 이호철 부장판사)는 2026년 9월 9일 부산도시공사 직원 A 씨가 공사를 상대로 낸 승진 대상자 제외처분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전부 승소로 판결했다(2026가합40028). 재판부는 “피고가 2026. 1. 1. 원고에게 한 6급 승진 대상자 제외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선고했다.

사실관계

부산도시공사는 2023년 9월 직원 설문조사와 3분기 노사협의회 합의를 거쳐 다면평가 점수가 10점 만점 중 7점 미만이면 다른 평가와 무관하게 승진에서 전면 배제하는 이른바 허들제 도입을 결정했다. 공사는 2023년 11월 30일 다면평가 운영에 관한 지침 제9조 제4항을 개정하고 1년 유예기간을 두어 2025년 1월 1일 자 인사부터 적용했다.

2024년 8월 1일 행정 7급으로 입사한 A 씨는 승진소요 최저근무기간 1년을 채워 2026년 1월 1일 자 상반기 정기인사 6급 승진 대상자에 올랐다. 당시 행정 6급 승진 예정 인원은 8명이었고, 최저근무기간 요건을 충족한 대상자도 A 씨를 포함해 8명이었다.

공사는 A 씨가 2025년 하반기 다면평가에서 10점 만점에 6.702점을 받아 기준 점수인 7점에 미달했다는 이유로 승진 대상자에서 제외했다. A 씨를 뺀 나머지 대상자 7명은 모두 6급으로 승진했다. A 씨는 하위 지침으로 허들제를 도입한 것은 상위 인사규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났고, 객관성이 없는 다면평가만으로 승진을 배제한 것은 재량권 일탈·남용이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 판단

재판부는 지침 조항의 효력부터 부정했다. 부산도시공사 인사규정과 시행내규는 4급 이하 승진후보자 명부 작성 평정 비율을 근무성적 50%, 경력 20%, 직무평가 10%, 다면평가 10%, 훈련성적 10%로 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다면평가를 10%만 반영하도록 한 인사규정이 있는데도 하위 지침에서 7점 미달자를 다른 평정 결과와 무관하게 승진 대상에서 완전히 배제하도록 정한 것은 인사규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다면평가 자체의 한계와 다른 기관 사례도 짚었다. 재판부는 공사의 다면평가가 평가위원 구성의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고 평가기준의 구체성도 없다고 지적했다. 다면평가 결과만으로 승진을 제한하는 허들제를 실시하는 정부부처, 공공기관, 공기업, 도시개발공사가 거의 없거나, 일부 실시하더라도 중간관리자나 관리자 직급 승진에만 적용하고 있다는 점도 들었다.

재판부는 A 씨를 제외한 승진 대상자 7명이 모두 승진한 점 등을 종합해, 효력 없는 지침에 근거한 6급 승진 대상자 제외 처분은 재량권을 현저히 일탈·남용해 무효라고 판결했다.

판결 의의

대법원 판례상 지방공기업 직원의 승진임용은 사법상 고용계약 성질을 가져 원칙적으로 임용권자의 자유재량에 속한다(97다25477). 그러나 사내 규정상 심사기준이 있는데도 객관적 사유 없이 비례·평등 원칙을 현저히 위반해 승진을 거부하면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무효가 된다(2007다9009). 이번 판결은 상위 인사규정에 명시된 평가 반영 비율을 하위 지침으로 사실상 탈락 기준으로 바꾸어 운영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승진 제한처럼 중대한 인사기준을 새로 정하려면 조례와 정관이 정한 이사회 의결 및 지방자치단체장 승인 등 절차를 거쳐 상위 인사규정을 개정해야 하고, 다면평가의 객관성도 갖추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