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사 자격증을 따고 냉장고까지 갖췄지만 고정 건물이 아닌 리어카 노점이라 영업신고를 하지 못해 기소된 50대 영세 상인이 벌금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위생을 철저히 관리해도 현행법상 리어카 노점은 합법적 신고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제도적 한계와 생계형 사정을 법원이 참작한 결과다.

부산지법 형사3단독 박주영 부장판사는 2026년 9월 16일 식품위생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50대 영세 자영업자 A 씨에게 벌금 50만 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2026고정10112). 부산지법은 11월 3일 이 판결을 주요판결로 게시했다.

사실관계

A 씨는 관할 관청에 영업신고를 하지 않고 2025년 11월 20일부터 12월 11일까지 약 3주 동안 부산 금정구 도시철도 장전역 일대 인도에서 붕어빵 등을 조리해 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약 6㎡ 면적에 천막을 두른 리어카 노점 시설을 갖추고 휴게음식점 영업을 했다.

국제신문에 따르면 우울증을 앓던 A 씨는 생계를 잇기 위해 재료 유통업체에서 시설을 무상으로 지원받아 겨울철 한시적으로 장사에 나섰다. 조리사 자격을 보유한 A 씨는 음식 변질을 막으려고 노점에 냉장고를 들여놓고 재료를 당일 소진하는 등 위생을 관리했다. 붕어빵 2개를 1,000원에 팔아 손에 쥔 하루 순벌이는 약 3만 원 수준이었다.

A 씨는 앞서 2023년 같은 혐의로 벌금 30만 원에 집행유예 1년을, 2024년에는 벌금 20만 원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었다. 그는 법원에 낸 진정서에서 "영업신고를 하려면 건물이 있어야 하는데 한두 평 남짓한 공간을 겨울 한철 장사만을 위해 임대해 줄 건물주가 없다"며 "리어카도 푸드트럭처럼 영업신고가 가능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재판부 판단

재판부는 A 씨의 식품위생법위반죄를 인정하면서도 형법 제62조 제1항에 따라 벌금형의 집행을 유예했다. A 씨에게 동종 벌금형 전력이 2회 있지만, 생계를 유지할 대체 수단이나 영업신고 기준을 맞출 자본이 없는 영세 자영업자인 점과 위생을 철저히 관리한 점을 양형에 반영했다.

국제신문에 따르면 박 부장판사는 "천막을 두른 리어카 노점이라 법정 시설기준을 갖추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영업신고를 하지 못한다는 오직 그 이유만으로, 하루 벌이의 보름치가 넘는 벌금을 또다시 국가에 내라고 명령하는 것은, 이 사건의 불법 정도에 합당한 형벌이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어 "하루 3만 원 벌이로 생계를 잇는 영세 자영업자를 거듭 처벌하는 것이 국민 건강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지자체와 행정 당국의 제도 개선과 행정 지원을 주문했다.

판결 의의

이번 판결은 동종 전과가 누적된 무신고 노점상에게 통상 벌금 실형을 선고해 온 다른 법원 사례와 대비된다. 뉴스1과 강원도민일보, 서울경제 보도에 따르면 춘천지법은 2026년 5월 동종 전과가 수회 있고 일 평균 수입이 8만 원인 잉어빵·호떡 노점상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2025년 6월에는 동종 전력 1회에 일 매출 약 30만 원인 붕어빵·어묵 노점상에게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대전지법 역시 2024년 11월 무신고 붕어빵 노점을 운영한 70대 국가유공자에게 항소심에서 벌금 100만 원을 선고한 바 있다.

현행 식품위생법 제37조 제4항과 제97조 제1호는 관할 관청에 신고하지 않고 휴게음식점 영업을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같은 법 시행규칙 제36조 별표 14는 독립된 건물이거나 분리·구획된 고정 건축물 시설기준을 요구한다. 차량 특례를 적용받는 푸드트럭과 달리 리어카 노점은 합법적 신고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다. 이문용 법무법인 대륜 변호사는 언론보도에서 "도로점용 허가를 받더라도 식품위생법상 영업신고가 어려운 구조에서는 노점이 합법적으로 영업하기 어렵다"며 "노점의 특성을 반영한 법적 기준을 마련하고 위생·안전 관리 체계를 함께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