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병원비나 연체금을 마련하려 이른바 '작업대출'을 상담했다가 "통장에 들어온 돈을 지정된 계좌로 다시 보내라"는 요구를 받는 저신용자와 청년층이 늘고 있다. 이는 정상적인 대출 심사가 아니라 보이스피싱 조직의 범죄 피해금을 대신 세탁해 주는 '송금책'으로 악용되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전문가들과 금융당국은 브로커가 입금한 불법 자금을 제3자에게 송금하거나 체크카드 등 접근매체를 넘기지 않은 단계라면 즉시 거래를 중단하고 차단해야 형사처벌을 피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자금세탁 전달책 악용…송금하는 순간 사기 공범 전환
제도권 금융기관은 어떠한 경우에도 대출 승인을 명목으로 입출금 실적 조작이나 구매대행 인증, 자금 재송금을 요구하지 않는다. 금융감독원은 취약계층과 청년을 상대로 대출 한도를 늘려주겠다며 계좌를 요구하고 피해금을 입금받아 재송금을 지시하는 신종 '자금세탁형 보이스피싱'에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돈이 본인 계좌로 들어온 뒤 이를 브로커가 지정한 다른 계좌로 송금하거나 인출해 전달하면 형법 제347조(사기)의 종범인 형법 제32조(사기방조죄)가 성립할 수 있다. 대법원은 금융 상식에 반하는 방식을 용인해 범죄 자금세탁에 이용될 수 있음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한 상태에서 돈을 넘겨주면 사기방조 책임을 인정한다(2010도6256).
대출받을 기회를 얻기 위해 체크카드나 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OTP) 등 접근매체를 넘긴 경우에도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2호 위반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대법원 2019도11885). 사기이용계좌로 등록되면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전 금융권 계좌가 즉시 거래 정지된다.
처벌 피하려면 '즉각 차단'과 '계좌 반환 신고'
아직 계좌로 돈이 입금되지 않았거나 입금된 돈을 다른 곳으로 보내지 않았다면 신속한 대처로 법적 책임을 벗어날 수 있다. 브로커가 위약금 청구나 가족 연락, 고소를 언급하며 협박하더라도 일절 응하지 말고 즉시 연락을 차단해야 한다.
만약 통장에 출처 불명의 돈이 들어왔다면 절대로 다른 계좌로 이체하지 말고, 즉시 해당 은행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보이스피싱 의심 자금이 입금됐다"고 알려 반환 처리를 요청해야 한다. 사기 자금을 송금하지 않고 자진 신고해 반환하면 범죄 실행 행위나 방조 고의가 인정되지 않아 형사 입건을 피할 수 있다.
이미 신분증 사본이나 개인정보를 넘겼다면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에 접속해 '개인정보 노출자 사고예방시스템'에 등록해야 한다. 본인 명의로 신규 계좌가 개설되거나 비대면 대출이 실행되는 것을 전 금융권에서 차단할 수 있다. 유출된 운전면허증이나 주민등록증은 즉시 분실 재발급을 신청해 기존 신분증의 암호번호를 무효화해야 한다.
군 입대 예정자·저신용자 합법 지원 제도 확인해야
불법 브로커를 찾기 전 정부와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공식 서민금융 구제 제도를 활용하는 편이 안전하다. 군 입대를 앞두고 있거나 복무 중인 청년 채무자는 신용회복위원회(1600-5500)의 '군 복무자 채무조정 특별지원'을 신청하면 복무 기간과 전역 후 취업 시까지 원금 상환 유예 및 연체이자 감면을 지원받을 수 있다.
저신용·연체 차주는 서민금융진흥원(1397)의 '소액생계비대출'이나 만 34세 이하 대상 '햇살론유스'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갑작스러운 질병이나 부상으로 병원비 마련이 어렵다면 관할 주민센터 복지과를 통해 최대 300만 원 한도의 '긴급복지 의료지원' 신청 가능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