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전이 필요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출 광고를 접했다가 통장 사본이나 개인정보를 건넨 뒤 보이스피싱 피의자로 입건되는 피해자가 잇따르고 있다.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정보를 넘겼더라도 해당 계좌로 범죄 피해금이 입금되는 순간 계좌 명의인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이나 형법상 사기방조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르게 된다.
수사기관은 계좌 명의자가 범행에 가담할 의도가 있었는지,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을 알면서도 묵인했는지(미필적 고의)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본다. 대출 절차로 오인해 정보를 제공했더라도 범행 인식 여부에 따라 처벌 수위가 크게 갈린다.
전문가들은 이상 징후를 감지한 직후의 대처가 피의자 신분을 벗는 결정적 열쇠가 된다고 강조한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정찬 변호사는 “보이스피싱 사건에서 형사처벌은 단순히 무엇을 제공했는지보다 그것이 범행이라는 점을 알았는지 또는 알 수 있었는지와 같은 고의 및 인식 여부가 핵심”이라며 “이상함을 느끼고 이틀 뒤 신고한 점, 연락을 회피하고 휴대전화를 해지한 사정은 방조 또는 공범의 고의를 다투는 데 유리한 자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 판례도 대가를 바라고 통장을 빌려준 것인지, 대출 절차로 믿고 속아서 넘긴 것인지에 따라 유·무죄 판단을 달리한다. 대법원은 대출을 받기 위해 접근매체를 교부한 사안에서 단순 대출 기회를 얻은 것만으로는 접근매체 대여에 대응하는 대가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 취지로 판단한 바 있다(2017도13896). 대출 실행 과정으로 믿고 카드를 넘겨 대가 약속 인식이 없었던 사안 역시 무죄가 확정됐다(2020도16468). 반면 신용도를 올리는 작업대출 제안에 응해 통장을 넘긴 경우에는 대출 기대이익을 인식한 대여로 보아 유죄가 인정되기도 했다(2017도16946).
사기이용계좌로 지정되면 해당 계좌를 포함한 전 계좌 비대면 거래가 즉각 정지된다. 금융질서문란행위자로 등록될 경우 최장 12년간 신규 계좌 개설과 카드 발급 등 금융거래에 심각한 제약을 받는다.
경찰 조사를 앞둔 당사자는 SNS 대화 내역, 대출 상담 문자, 통화 녹음, 경찰 신고 접수증, 휴대전화 해지 확인서 등 객관적 자료를 일자순으로 정리해 제출해야 한다. 수사 단계에서는 추측성 진술을 피하고 속아서 정보를 넘기게 된 경위와 범행 가담 의사가 없었음을 사실관계에 기반해 일관되게 소명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