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을 앞두고 자금난을 겪던 중소 하도급업체들이 받지 못했던 공사·납품대금 289억 원을 손에 쥐었다. 주요 대기업들도 2조 2,000억 원이 넘는 하도급대금을 조기에 집행하며 협력사 유동성 공급에 힘을 보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6년 8월 5일부터 9월 23일까지 50일간 전국 12곳에서 '명절 미지급 하도급대금 해결센터'를 운영한 결과, 173개 중소 하도급업체에 밀린 하도급대금 약 289억 원이 지급되도록 조치했다고 10월 2일 밝혔다. 같은 기간 108개 원사업자는 1만 6,175개 협력업체에 예정된 대금 2조 2,359억 원을 명절 전에 앞당겨 지급했다.
이번에 해결된 미지급 대금은 2025년 추석 명절(232억 원)보다 24.6%(약 57억 원) 늘어난 수치다. 상담 건수 역시 전년 193건에서 338건으로 75%(145건) 증가했다. 공정위 본부와 6개 지방사무소를 비롯해 한국공정거래조정원, 건설하도급 분쟁조정협의회, 중소기업중앙회가 센터 운영에 참여했다.
명칭을 개편해 심리적 문턱을 낮춘 점이 실적 증가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공정위는 2026년 9월부터 기존 '명절 불공정 하도급 신고센터'라는 명칭을 '명절 미지급 하도급대금 해결센터'로 바꿨다. '신고'라는 단어가 원사업자 제재를 연상시켜 협력업체가 거래 단절이나 보복을 우려해 접수를 꺼리던 문제를 해소하고, 상담과 자율 합의 중심의 신속한 구제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였다.
실제 센터 중재로 장기 미지급 분쟁이 원만하게 풀린 사례가 잇따랐다. 아파트 신축공사에서 타일공사를 끝내고도 대금을 받지 못했던 수급사업자는 센터가 원사업자에게 법상 지급 의무를 안내하자 미지급 대금 5억 700만 원 전액을 돌려받았다. 산업단지 조경공사를 마치고도 발주자에게 직불받지 못하던 사건에서도 분쟁조정 절차를 거쳐 발주자가 미지급금 4억 3,446만 2,000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협력사의 명절 상여금 지급과 원자재 구매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대기업들의 자발적 조기 집행도 이어졌다. 기업별로는 계룡건설산업이 1,899억 원을 조기 지급해 규모가 가장 컸고 현대건설(1,741억 원), 한온시스템(1,407억 원), 현대위아(1,201억 원), 삼성전기(1,151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제13조는 원사업자가 목적물을 수령한 날부터 60일 이내에 정한 지급기일까지 하도급대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한다. 이 기한을 넘겨 대금을 줄 때는 공정위가 고시한 이율에 따른 지연이자를 함께 물어야 한다.
공정위는 센터 운영 기간 접수된 사건 가운데 지급기한을 넘긴 원사업자에게 지연이자를 더해 대금을 지급하도록 신속한 자진 시정을 독려할 계획이다. 시정을 거부하거나 이행하지 않는 기업은 현장 조사를 벌여 법 위반 여부를 확인한 뒤 제재할 방침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센터를 통해 취합된 실적을 집계한 것으로, 실제 조기 지급된 하도급대금은 이보다 더 많을 것"이라며 "불공정 하도급거래 행위 실태를 지속적으로 점검해 하도급대금이 제때 지급되는 관행이 정착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