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발급이나 모바일 청첩장을 미끼로 스마트폰에 원격제어 앱이 깔렸다면 계좌 잔액이 0원이라도 안심할 수 없다. 사기범이 기기 안의 신분증 사진과 공인인증서를 빼내 피해자 명의로 비대면 대출을 받거나 신용카드를 새로 발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통신사 유심(USIM)만 교체하는 조치로는 피해를 막기 어렵다. 악성 앱이 기기 자체에 설치됐다면 원격제어와 금융정보 탈취가 이어질 수 있으므로 단계별 대응 절차를 즉시 밟아야 한다.
1단계: 기기 네트워크 차단과 초기화
원격제어가 의심되는 즉시 스마트폰 전원을 끄거나 비행기 탑승 모드로 전환해야 한다. 사기범이 원격으로 인증문자를 가로채거나 금융 앱을 실행하는 통로를 끊기 위해서다. 이후 백신 프로그램으로 악성 앱을 찾아내 삭제하거나 서비스센터를 찾아 기기를 초기화해야 한다.
2단계: 본인계좌 일괄지급정지 신청
통신사기피해환급법(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제3조 제1항에 따르면 피해자는 금융회사에 지급정지 등 피해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 금융결제원의 계좌정보통합관리서비스(어카운트인포)를 이용하면 본인 명의로 개설된 모든 금융회사 계좌의 출금을 한 번에 묶을 수 있다. 인터넷 이용이 어렵다면 경찰청(112)이나 금융감독원(1332), 거래 은행 영업점에서도 일괄지급정지를 신청할 수 있다.
3단계: 신용정보 노출 등록과 여신거래 차단
한 은행 창구를 방문하더라도 다른 금융회사의 대출이나 카드 발급 내역까지 모두 확인되지는 않는다. 금융소비자포털 '파인'의 개인정보노출자 사고예방시스템에 등록하면 전 금융권에 신분증 노출 사실이 전달돼 신규 계좌 개설과 카드 발급이 차단된다.
금융위원회가 4,012개 금융회사와 함께 도입한 '여신거래 안심차단' 서비스도 가입해야 한다. 거래 금융회사 영업점이나 인터넷전문은행 앱에서 신청하면 한국신용정보원에 등록돼 전 금융권의 신규 여신거래가 사전 차단된다. 본인 모르게 실행되는 신용대출과 카드론을 막는 장치다.
4단계: 알뜰폰·대포폰 개통 차단
사기범이 빼돌린 개인정보로 피해자 명의의 알뜰폰을 개통해 본인확인을 우회하는 수법도 흔하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운영하는 '엠세이퍼'에 접속해 가입제한 서비스를 등록하면 본인 명의의 이동전화 신규 개통을 사전에 방어할 수 있다.
피해 급증세…사후 대응보다 즉각 차단해야
국회 정무위원회 손명수 의원실 분석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총 피해액은 2023년 4,472억 원에서 2024년 8,545억 원, 2025년 1조 2,578억 원(23,360건)으로 급증했다. 1인당 평균 피해액 역시 2020년 2,210만 원에서 2025년 5,384만 원으로 늘어 사후 수습보다 빠른 거래 차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