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부탁을 받고 통장과 비밀번호를 넘겨준 뒤 1년 넘게 경찰 연락이 없더라도 사건이 완전히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포통장이 불법 도박이나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쓰였을 때는 전국 단위 수사 병합과 자금 흐름 추적으로 피의자 조사가 1~2년 이상 늦어지는 사례가 잦다.

통장을 개설하려다 대포통장 명의인으로 등록된 사실을 알았다면 이미 금융당국 전산망에 사기이용계좌 명의인이나 금융질서문란행위자로 지정됐을 가능성이 높다.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해당 명의인은 모든 금융기관에서 비대면 거래, 인터넷뱅킹, 신규 계좌 개설, 신용카드 발급 등이 전면 차단된다.

전국 계좌 병합 수사로 소환 늦어져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가 장기간 없는 배경에는 범죄 수사 구조가 있다. 보이스피싱이나 불법 도박 사이트는 전국 각지에서 수십, 수백 명의 피해자가 발생해 개별 경찰서에 신고가 접수된다. 경찰은 일선 경찰서 사건을 하나로 묶어 자금 세탁 상선과 환전책을 먼저 추적해 검거한다. 이후 하부 명의대여자를 순차적으로 조사하기 때문에 소환 통보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통장을 넘겨준 행위 자체만으로도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및 제49조 제4항에 따르면 대가를 받거나 약속하면서 계좌 접근매체를 대여하거나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전달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범죄 인식 여부 입증자료 보관해야

계좌가 범죄에 악용됐더라도 범행을 전혀 알지 못했다면 사기방조 혐의는 벗을 수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김영재 변호사는 "단순히 지인의 부탁으로 빌려주었고 범죄에 이용될 것이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면 사기방조까지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실제로 범죄 이용을 알았는지가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된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1년 동안 경찰 연락이 없었다고 해서 앞으로도 반드시 연락이 오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지인과 통장을 주고받은 경위나 당시 대화 내용, 통장을 돌려받은 시점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잘 보관해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융거래 제한을 풀려면 형사 절차가 마무리돼야 한다. 불기소 처분 통지서나 법원의 판결 확정 증명서를 받아 금융기관과 금융감독원에 제출하고 이의신청 절차를 밟아야 묶인 계좌와 금융거래를 정상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