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계약 만기를 앞두고 집주인과 합의해 새 계약서를 썼다가 갑작스러운 이사 때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해 낭패를 보는 세입자가 늘고 있다. 임대차 계약 연장 유형이 묵시적 갱신인지, 계약갱신요구권 행사에 따른 갱신인지, 단순 합의갱신인지에 따라 중도 해지 가능 여부가 갈리기 때문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묵시적 갱신과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시 임차인에게 중도 해지권이 부여된다. 법 제6조의2와 제6조의3 제4항에 따라 임차인은 언제든지 임대인에게 계약 해지를 통지할 수 있다. 임대인이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해지 효력이 발생해 보증금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
반면 당사자가 조건을 협의해 새 계약서를 쓰는 합의갱신은 성격이 다르다. 민법상 계약구속력 원칙이 적용돼 별도 해지 특약이 없다면 약정한 계약 기간이 끝날 때까지 계약 효력이 유지된다. 국토교통부와 법무부 유권해석도 계약갱신요구권을 명시적으로 행사하지 않고 임대인과 자율 협의해 재계약서를 작성한 경우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법정 중도해지권이 당연히 적용되지는 않는다고 본다.
임대인이 계약 만료 2개월 전 시점을 넘겨 뒤늦게 연장 의사를 물어왔더라도 세입자가 동의해 새 계약서를 작성했다면 묵시적 갱신 상태가 번복되고 합의갱신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는 당사자가 기간이나 조건을 새로 정해 계약을 체결하면 합의갱신으로 전환된 것으로 판단한다.
법원 판단도 계약의 실질과 특약 명시 여부를 핵심 기준으로 삼는다. 대법원은 2024년 1월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적법하게 행사했다면 갱신 기간 개시 전이라도 해지 통지 후 3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발생한다고 판시했다(2023다258672). 서울고등법원 역시 계약서 특약에 계약갱신청구에 따른 재계약 취지가 적혀 있다면 재계약서를 새로 작성했더라도 중도해지권이 배제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세입자가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해 재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특약란에 '본 계약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에 따른 계약갱신요구권 행사로 인한 갱신임'을 명확히 적어야 한다. 계약 유형을 두고 임대인과 이견이 생기면 소송에 앞서 대한법률구조공단이나 한국부동산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무료 상담과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