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계약 만료를 앞두고 이사할 새집을 덜컥 계약했다가 기존 집주인이 묵시적 갱신을 주장해 계약금을 떼일 위기에 놓이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다. 만기 2개월 전까지 계약 종료 의사를 확실히 매듭짓지 않으면 법적으로 계약이 연장돼 보증금 반환 시점이 해지 통지 후 3개월 뒤로 밀리기 때문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 제1항에 따르면 임차인은 임대차기간 만료 2개월 전까지 상대방에게 갱신 거절이나 조건 변경의 통지를 마쳐야 한다. 이 기한 내에 양측 모두 아무런 의사를 통지하지 않으면 기존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2년간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보는 묵시적 갱신이 성립한다.

문제는 묵시적 갱신 상태에서 세입자가 집을 나가겠다고 통보할 때 발생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2는 묵시적 갱신 상태에서 임차인이 언제든 계약 해지를 통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지만, 그 해지의 효력은 집주인이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야 발생한다고 못 박았다. 대법원 역시 계약갱신요구권 행사로 연장된 계약에서도 해지 효력은 집주인에게 도달한 날부터 3개월이 지나야 발생한다고 판단했다(2023다258672).

만기 2개월 전 번복 땐 분쟁 위험

만기 2개월 전 시점에 구두나 문자로 연장 의사를 밝혔다가 뒤늦게 종료로 말을 바꿀 때도 위험이 따른다. 세입자가 만기 2개월 전 시점에 계약 만기 종료를 통보하고 임대인이 승낙했더라도, 앞선 연장 대화나 추가 조건 조율 과정이 얽혀 있다면 묵시적 갱신 성립 여부를 두고 다툼이 벌어지기 쉽다.

집주인이 묵시적 갱신을 주장하며 통지 도달 후 3개월 뒤 보증금을 반환하겠다고 맞서면 세입자는 당장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다. 새로 들어갈 집의 계약금을 치렀더라도 잔금을 치르지 못해 수백만 원에 달하는 계약금을 고스란히 몰취당할 위험에 놓이는 셈이다.

실제로 갱신과 종료를 둘러싼 분쟁은 급증하는 추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계약 갱신·종료 관련 분쟁은 2026년 1월부터 7월까지 131건으로 2025년 같은 기간(65건)보다 101.5% 늘어났다. 2026년 1월부터 8월까지 접수된 전체 분쟁 1,087건 가운데 계약 갱신·종료와 보증금 반환 관련 분쟁은 절반에 달했다.

새 집 잔금일은 통지 도달 3개월 뒤로

이 같은 낭패를 막으려면 계약 만료일 기준 최소 2개월 전까지 서면, 문자메시지, 통화 녹취 등 입증 가능한 방식으로 명확한 만기 종료 의사를 임대인에게 전달하고 승낙을 확인해야 한다.

만약 묵시적 갱신이나 갱신요구권 행사 상태에서 중도 해지를 통보하고 이사를 계획한다면 새 임대차 계약의 잔금 지급일을 해지 통지가 임대인에게 도달한 날부터 최소 3개월 이후로 잡아야 한다. 계약 종료 시점을 두고 임대인과 원만하게 합의하기 어렵다면 소송에 앞서 한국부동산원이나 대한법률구조공단 산하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이 성립되면 확정판결과 동일한 강제집행력이 인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