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나 로펌을 찾아 사건을 맡기기로 하고 수백만 원대 착수금을 보냈다가 곧바로 마음을 바꾸는 의뢰인이 적지 않다. 하지만 사무실 측에서 "계약서상 일체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며 한 푼도 돌려줄 수 없다고 버티는 사례가 빈번하다.

로펌 계약서에 '환불 불가' 조항이 부동문자로 적혀 있더라도 의뢰인은 착수금 상당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의뢰인과 변호사 사이의 법률사무 계약은 민법상 위임에 해당해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권리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민법 제689조 제1항은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변호사 위임계약은 고도의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성립하므로 신뢰가 깨지거나 사정이 바뀌면 의뢰인은 이유를 묻지 않고 계약을 끝낼 수 있다. 이에 따라 고객의 원상회복청구권을 원천 차단하는 '착수금 일체 반환 불가' 조항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 및 제9조에 따라 법적 효력이 없는 무효다.

착수금 성격을 둘러싼 법원 판단도 확고하다. 대법원은 변호사가 받는 착수금을 원칙적으로 위임사무 처리비용과 보수금 선급금 성격으로 본다(2006다32460 판결 등). 계약이 중도에 해지되면 변호사는 실제로 수행한 사무의 정도와 투입한 노력, 경과 시간 등을 따져 해당 몫만 공제하고 남은 착수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

실제 하급심 판결도 의뢰인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서울남부지방법원(2025가소265563)은 수임료 766만 원을 내고 5일 뒤 해지한 의뢰인이 로펌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3일 초과 시 전액 환불 불가라는 조항을 무효로 판단했다. 이어 실제 업무 보수 100만 원가량을 제외한 666만 원을 돌려주라고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역시 2026년 4월 업무 착수 뒤 환불 불가를 내세운 로펌에 잔여 착수금 66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로펌이 환불을 끝내 거부한다면 단계적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 가장 먼저 해지 의사를 구두가 아닌 내용증명이나 문자메시지처럼 도달 시점이 증명되는 방식으로 명확히 남겨야 한다. 정식 소장 작성이나 서면 제출 등 본격적인 사무가 시작되지 않았다면 공제 대상 업무량은 극히 미미하게 산정된다.

로펌이 정당한 사유 없이 반환을 거부할 때는 관할 지방변호사회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다. 변호사법 제24조의 품위유지의무 위반 사유가 인정되면 대한변호사협회 차원의 징계 대상이 된다.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하거나 민사소액사건으로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내면 잔여 착수금을 법적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