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기일을 며칠 앞두고 소송대리인이 갑작스럽게 사임을 통보하며 서면 제출을 거부하면 의뢰인은 민법상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지급한 착수금 반환을 다툴 수 있다. 심급 전체를 위임받은 변호사가 일방적으로 위임사무를 중단하는 것은 계약 위반일 뿐 아니라 불리한 시기 해지에 해당해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2026년 10월 21일 네이버 지식iN 법률 상담에는 민사 손해배상 소액사건 1심을 진행 중인 한 피고 의뢰인의 사연이 접수됐다. 해당 의뢰인은 법무법인과 심급 전체를 포괄하는 소송위임계약을 맺었으나, 변론기일을 6일 앞두고 대리인으로부터 "업무 과다로 사임한다", "간절하시면 직접 제출하라"는 통보와 함께 서면 제출을 거부당했다. 해당 로펌은 구체적인 업무 내역도 교부하지 않은 채 시간제 보수(TC·Time Charge) 기준을 초과했다는 이유로 착수금 정산과 환불마저 거부했다.
약정 해지사유 없으면 일방 사임 제한
민법 제689조 제1항은 위임계약을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당사자가 계약서에서 해지 사유와 절차를 따로 정해 둔 경우 그 약정 해지 사유로만 계약을 끝낼 수 있다고 판단한다(2017다53265, 2025다215829 판결). 계약서에 해지 사유를 '의뢰인의 의무 불이행이나 허위 진술'로 제한했다면 변호사가 단순히 업무 과다를 이유로 위임계약을 일방 해지하는 것은 계약상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다.
디센트 법률사무소 임호균 변호사는 "위임 범위가 해당 심급이고 계약서상 해지 사유가 제한돼 있다면 서면 제출을 추가 업무라며 거부하는 것은 위임계약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짚었다.
불리한 시기 해지 시 손해배상 책임
해지가 가능하더라도 변론기일 6일 전과 같이 의뢰인이 대처하기 어려운 시점에 사임했다면 손해배상 책임이 따른다. 민법 제689조 제2항은 당사자 일방이 부득이한 사유 없이 상대방에게 불리한 시기에 계약을 해지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한다. 대법원은 이 경우 배상할 손해의 범위를 적당한 시기에 해지되었더라면 입지 않았을 손해로 한정한다(90다18968 판결).
기일 직전 대리인이 이탈하면 새 변호사를 선임하거나 서면을 정리할 시간이 부족해 패소하거나 실권효 같은 치명적 절차상 불이익을 입을 위험이 크다. 변호사법 제24조의 품위유지의무와 변호사윤리장전 제13조의 성실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김기표 의원실 자료를 보면 2021년부터 2026년 8월까지 대한변호사협회가 성실의무 위반으로 내린 징계 102건 중 과태료 60건과 견책 14건 등 경징계가 74건(72.5%)에 달해 제도적 제재 수위가 미흡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업무시간 내역 요구와 착수금 반환
변호사가 구체적 근거 없이 타임차지 초과만을 주장하며 정산을 거부하는 행위도 법령에 저촉된다. 민법 제683조는 수임인에게 위임사무 처리상황과 종료 후 전말을 보고할 의무를 지운다. 의뢰인은 수임인에게 구체적인 업무시간 산정 내역서와 사건기록 일체의 인도를 정식으로 요구할 권리가 있다.
판례는 소송위임 착수금을 위임사무 처리 비용과 보수 일부의 선급금으로 본다. 사건 진행 도중 위임이 중단됐다면 사무처리의 진행 정도와 경위에 비추어 미경과분에 해당하는 착수금을 돌려줘야 한다(대법원 82다125 판결).
당면 기일 대처와 구제 절차
갑작스러운 사임 통보를 받은 의뢰인은 즉시 대법원 전자소송 사이트에서 대리인 사임서 접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기일이 임박해 당장 변호사를 새로 선임하기 어렵다면 본인이 직접 작성한 서면을 전자소송이나 법원 종합민원실에 접수해야 한다. 혹은 재판부에 새 대리인 선임과 기록 검토를 사유로 변론기일변경신청서를 내야 불출석에 따른 불이익을 막을 수 있다.
이후에는 위임계약서와 사임 통보 문자메시지, 서면 제출 요청 내역, 송금 영수증을 취합해 관할 지방변호사회 분쟁조정위원회에 수임료 반환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민사상 부당이득반환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며, 소속 지방변호사회나 대한변호사협회에 성실의무 위반으로 징계 개시를 신청하는 진정서를 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