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소송 1심이나 2심에서 가집행선고부 승소 판결을 받아 채무자 부동산에 강제경매를 신청하려던 채권자가 뜻밖의 복병을 만나는 일이 잦다. 패소한 채무자가 상소장을 내며 강제집행정지를 신청해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경매 절차가 본안 판결 확정 시까지 전면 중단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이미 경매 변호사에게 지급한 착수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대법원 확정 후 경매를 다시 진행할 때 추가 수임료를 요구받아 분쟁을 겪는 의뢰인이 적지 않다.

강제경매가 중단되더라도 기존에 지급한 변호사 수임료가 자동으로 환불되는 것은 아니다. 민법 제686조 제3항은 수임인이 책임 없는 사유로 위임사무를 완료하지 못하고 종료된 때 이미 처리한 사무 비율에 따른 보수를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변호사가 경매신청서를 작성해 법원에 접수하는 등 기초 사무를 처리했다면, 채무자의 집행정지로 실제 매각이 이뤄지지 못했더라도 기수행 업무에 상응하는 착수금은 반환 대상에서 제외된다.

법원 판례 역시 착수금을 사무처리 비용과 보수의 선급금으로 판단해 전액 환불을 인정하지 않는 추세다. 실제로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위임계약 체결 후 일체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약관 조항을 무효로 보면서도 실제 투입된 사무처리 비율을 공제한 잔여 금액만 반환하도록 판결했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2020가소6040 판결)도 선임 3일 만에 계약이 해지된 사안에서 상담과 사건 검토 등 수임인이 기울인 노력을 고려해 착수금의 40%를 변호사의 기수행 보수로 인정하고 나머지만 돌려주도록 선고했다.

가장 큰 문제는 상고심에서 승소가 최종 확정된 뒤 경매 절차를 재개할 때 발생한다. 최초 위임계약서에 업무 범위를 단순 ‘경매신청 대리’로만 좁혀 적었다면, 중단됐던 절차를 다시 여는 경매재개신청이나 속행 절차는 별개 사무로 분류돼 추가 착수금이 발생할 수 있다. 3심 확정판결을 받았다고 해서 후속 절차의 변호사 비용이 당연히 면제되는 구조가 아니다.

낙찰대금에서 돈을 찾아오는 ‘배당금 수령’ 역시 별도 약정이 없으면 대리 범위에서 빠지기 쉽다. 경매 변호사의 일반적 사무는 신청서 제출과 보정명령 대응, 배당기일 권리신고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실제 배당금을 대리 수령해 의뢰인 계좌로 정산하는 사무까지 포함하려면 위임계약서에 명시적인 권한과 보수 범위가 담겨 있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1·2심 승소 직후 가집행에 기해 경매 변호사를 선임할 때 계약서에 세부 특약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채무자가 민사소송법 제501조에 따라 집행정지를 신청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집행정지로 경매가 중단되더라도 동일 채권 및 부동산에 관해 절차를 재개할 때 별도 착수금을 청구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명시하는 식이다.

채권 회수의 실익을 사전에 점검하는 절차도 필수다. 부동산 경매가 정상적으로 완료되더라도 낙찰대금에서 경매집행비용과 선순위 근저당권, 대항력 있는 임차보증금 등을 제하고 남은 돈이 없으면 채권을 전혀 회수하지 못할 수 있다. 변호사를 선임하기 전 부동산 등기부등본과 선순위 채무 현황을 면밀히 분석해 실제 배당받을 잔여 가치가 있는지 따져보는 것이 손실을 막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