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교사 개인이 홀로 감내해야 했던 악성 민원을 학교 민원대응팀과 관할 교육청이 법적으로 맡아 처리하는 체계가 가동된다. 학부모나 학생이 학교민원을 넣는 과정에서 교육활동을 침해하거나 교직원의 업무를 방해할 우려가 있으면 학교장이 즉시 퇴거를 요청할 수 있는 법적 권한도 생긴다.
교육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개정 「초·중등교육법」(법률 제21580호)이 오는 10월 29일부터 본격 시행된다고 밝혔다. 2026년 3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4월 28일 공포된 지 6개월 만이다. 앞서 7월 29일 먼저 시행된 학생부 상업적 거래 금지 조항에 이어 민원 처리 체계 개편과 특수교육 지원 조항이 이번에 전면 적용된다.
학교 현장 개인 대응에서 기관 대응으로 전환
종전에는 교육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학교 단위 민원대응팀이 운영됐으나 법적 근거가 없어 현장 실효성이 떨어졌다.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학교민원의 60.3%를 담임 및 업무담당 교사가 직접 맡아 처리해 온 반면, 민원대응팀 처리는 20.6%, 관리자 처리는 17.3%에 그쳐 교사 개인에 부담이 쏠렸다.
개정법 제35조와 제37조는 학교민원의 법적 정의를 명시하고 접수와 처리 체계를 전면 개편했다. 학교에는 교원 개인이 아닌 ‘민원대응팀’을 두어 민원을 일괄 접수·처리하도록 했고, 시·도 교육청 등 관할청에는 ‘학교민원대응지원팀’ 등 전담 기구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학교 자체 처리가 어려운 복합 민원은 학교장이 관할청에 지원이나 직접 처리를 요청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학교장 퇴거 요청권 신설과 민원인 의무 부과
민원인의 법적 의무와 학교장의 제재 권한도 법문에 직접 들어갔다. 개정법에 따라 학교민원을 제기하는 자는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19조가 정한 교육활동 침해행위나 직원에 대한 형법상 업무방해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학교장은 민원 제기 과정에서 이 같은 침해나 업무방해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절차에 따라 퇴거 요청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간 악성 민원인이 교실이나 교무실을 무단 점거해도 법적 근거가 마땅찮아 즉각 대응하기 어려웠던 문제를 보완한 조치다.
학생부 상업 거래 징역 5년…장애인 교과서 적시 보급
학교생활기록부의 공공성 보호 규정은 이미 현장에 적용 중이다. 개정법 제25조의2와 제67조제1항제1호에 따라 학교생활기록 자료를 취득해 영업 목적으로 거래하거나 이용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사설 입시 컨설팅 학원이나 에듀테크 업체가 학생부 데이터를 사들여 고액 컨설팅이나 인공지능(AI) 학습 데이터로 재활용하던 관행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규정으로, 부칙에 따라 지난 7월 29일부터 선시행됐다.
특수교육 대상자를 위한 교과서 보급 규정도 29일부터 새로 도입된다(제29조제4항 및 제5항). 교육부장관과 교육감은 시각장애인 등 장애인 학생과 교원을 위한 교과용 도서를 점자 등 접근 가능한 방식으로 학기 시작 전 적시에 제작·보급해야 한다. 교육부장관은 교과서 발행자에게 디지털 파일 제출을 요청할 수 있으며, 요청을 받은 자는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30일 이내에 제출해야 한다. 이와 함께 학부모 역량 강화와 소통을 뒷받침하는 전국 및 지역 학부모지원센터 설치 근거(제18조의7 및 제18조의8)도 함께 효력을 얻는다.
남은 과제와 현장 목소리
교원단체들은 법제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실효성 있는 인력과 예산 뒷받침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전담 인력과 예산이 불분명하면 민원 처리 책임이 다시 교사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고, 교사노동조합연맹도 관리자 전담과 교육청 단위 직접 처리 비중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교장의 퇴거 요청 권한 강화를 반기면서도 “'침해 우려' 요건이 추상적이어서 퇴거 요청 뒤 직권남용 고소 등 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학교장과 교직원에 대한 법적 면책 규정과 소송 지원 체계가 확실히 보장돼야 한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