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수감자가 수십억 원대 영치금을 모아 수백 차례 외부 계좌로 분할 출금·이체하며 교정시설을 사설 금고처럼 악용하는 행태를 막는 법 개정이 추진된다. 교정시설 내 영치금 보관 한도를 법제화하고, 필수 목적 외 과도한 이체 요구를 교정시설의 장이 직권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취지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1인은 2026년 10월 1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법안을 넘겨받아 심사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개정안 주요 내용
개정안은 교정시설 내 수용자의 휴대금 및 외부 전달금(영치금) 보관 한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명시했다. 시설 내 보관 한도를 초과하는 금액은 수용자 개인 명의 통장을 개설해 보관·관리하도록 법제화했다. 개인 명의 통장에 보관할 수 있는 금액 역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상한을 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한도를 초과하면 교정시설의 장이 안내를 거쳐 외부 전달금품 반입 허가를 제한할 수 있게 했다.
수용자의 잦은 송금 요구를 제재할 근거도 신설됐다. 수용 생활 유지나 권리구제 등 필수 목적 외 용도로 과도하게 출금하거나 외부 이체를 요구해 정상적인 교정 업무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으면, 교정시설의 장이 출금을 제한할 수 있도록 법적 권한을 부여했다.
발의 배경과 현행 규정
최근 구속 수감된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씨가 20억~22억 원대에 이르는 고액 영치금을 모금한 뒤 수백 회에 걸쳐 외부 계좌로 분할 출금·이체해 논란을 빚었다. 이번 개정안은 이 같은 논란이 계기가 됐다. 교도관들이 본연의 수용·계호·교화 업무 대신 수용자의 입출금 및 계좌이체 대행 등 잔심부름 행정에 매달려 교정행정력이 낭비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현행 형집행법 제26조(휴대품의 보관)와 제43조(금품 등의 교부)는 휴대금품 보관과 외부인 전달 절차만 규정한다. 외부 개인 통장의 관리 기준이나 반입 한도, 출금 횟수·목적에 따른 제한 조항은 없다. 하위 행정규칙인 법무부 예규 '보관금품 관리지침'이 내부 보관금 상한을 400만 원으로 정하고 있으나, 한도를 초과해 외부 통장에 예치된 자금의 무분별한 출금·송금 요구를 통제할 법적 장치는 미비했다.
대표발의자인 윤준병 의원은 "수감 중인 윤석열·김건희 부부가 22억 원이 넘는 영치금을 챙기고 교도관을 사설 금융 창구 직원처럼 부리며 수백 차례 돈을 빼돌린 행태는 국민적 상식을 벗어난 교정농단"이라며 "이번 개정안은 최소한의 수용 생활과 방어권 보장에 필요한 보관금은 보장하되, 제도를 악용한 편법 자금 관리와 무분별한 출금 행태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절차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교도관의 사설 금융 대행 업무 부담이 줄어들어 계호와 교화 업무에 집중할 환경이 마련된다.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심사와 전체회의 의결을 거친 뒤 본회의 심의·표결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