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인 한국교육시설안전원이 이사장의 국외출장 근거를 만들기 위해 민간 여행사를 통해 가짜 초청 문서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타 기관 예산까지 끌어다 쓴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적발된 실무진은 감사 과정에서 허위 공문 조작을 두고 "문제를 안 만들기 위해 문서를 만드는 것이 적극행정이라 판단했다"고 진술해 공공부문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드러냈다.

감사원은 '한국교육시설안전원 운영실태 및 관리에 대한 감사' 보고서에서 총 4건의 위법·부당사항을 확인하고 관련 책임자 3명의 문책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출장 서류 조작과 국회 허위 답변을 총괄한 처장에게는 정직 처분을, 실무를 담당한 팀장과 직원에게는 각각 경징계 이상을 요구했다.

가짜 초청장 만들고 교육청 예산 1,500만 원 전용

감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교육시설안전원은 2023년 8월 허성우 이사장의 핀란드·에스토니아 연수 동행을 추진했다. 내부 일상감사에서 "출장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실무진은 핀란드 반타교육청의 공식 초청이 없었음에도 민간 위탁 여행사에 "귀 기관의 대표(임원급) 참석을 요청했다"는 문구를 직접 작성해 공문 작성을 요구하고 수령했다.

안전원은 이 조작된 문서를 근거로 공문을 발송해 경기도교육청 예산 1,500만 원을 전용해 국외출장 경비로 썼다. 이어 같은 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해당 여행사 명의의 허위 문서를 증거로 제출하며 거짓 답변서까지 냈다. 다만 감사원은 허성우 이사장 본인의 출장비 1,229만 원은 규정에 맞춰 집행됐고 이사장이 문서 조작을 직접 지시하거나 관여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휴가 중인 직원에게 경위서 독촉…'직장 내 괴롭힘'도 확인

내부 보고 체계의 난맥상과 직장 내 괴롭힘 실태도 드러났다. 2023년 3월부터 추진된 '교육시설 등의 안전 및 유지관리 등에 관한 법률'(교육시설법) 개정안은 내부 위임전결규정상 이사장이 최종 전결권자임에도 이사장 보고 없이 추진돼 같은 해 6월 국회에 발의됐다.

사전 협의가 없었던 교육부가 경위 설명을 요구하자 이사장은 진상 파악을 지시했고, 간부들은 신혼휴가 중이던 담당 팀장에게 경위서 작성과 보완을 3차례 요구했다. 피해 직원은 휴가 도중 심야까지 경위서를 2차례 작성하는 등 총 5차례 발송해야 했다. 이후 출혈을 동반한 절박유산 가능성으로 '4주간 안정' 진단을 받고 위험을 알렸음에도 연고가 없는 광주지부로 전보 발령됐다. 감사원은 이를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선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했다. 이 사건은 앞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의 과태료 처분과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인정으로 이어졌다.

이사회 해임 절차 논의…공공기관 관행에 경종

허성우 이사장은 이번 감사 결과에 대해 "직원들이 나를 패싱하고 벌인 일이며 교육부의 진위 파악 지시를 전달했을 뿐"이라며 관여 의혹을 반박했다. 국회가 제기했던 이사장의 워크숍 행사비 방만 운영이나 전용차량 사적 이용 의혹 등은 규정 위반으로 단정하기 어렵거나 이미 조치된 사안으로 분류돼 불문 처리됐다.

주무부처인 교육부는 감사원 감사 결과 통보에 따라 허 이사장의 해임 심의를 위한 이사회 소집 일정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감사는 형법상 공문서위조죄가 직접 성립하기 어려운 공직유관단체라 하더라도 허위 문서 조작과 보고 누락, 부당한 인사 조치 등은 중징계 처분을 피할 수 없다는 기준을 명확히 보여줬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