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국제 금융범죄 대응 규범을 사전에 조율하는 최고 핵심 회의체에 합류한다. 글로벌 자금세탁 방지 기준을 일방적으로 넘겨받아 이행하던 위치에서 벗어나 국제 규범을 설계하는 주도국으로 위상을 높였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이형주 원장이 한국 대표로 2026년 10월 25일 열리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운영위원회(Steering Committee) 회의에 참석한다고 10월 14일 발표했다. 운영위원회는 본회의인 FATF 총회(10월 28~30일)에 앞서 주요 의제와 정책 우선순위를 논의하고 사전 조율하는 최고 거버넌스 기구다.
FATF는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등 38개국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걸프협력회의(GCC) 등 40개 정회원으로 구성된 국제기구다. 전 세계 9개 지역기구 소속 200여 개국이 FATF 기준의 영향을 받는다. 운영위원회는 의장·부의장·사무국장 등 당연직 외에 미국, 중국, 독일, 프랑스 등 소수 주요국 대표만 의장 지명이나 회원국 지지를 거쳐 참여하는 핵심 협의체다. 한국 FIU 원장은 총회 안건 논의와 회원국 간 협의 조정 과정에 기여한 전문성을 인정받아 이번에 합류했다.
이번 참여로 한국 금융산업과 핀테크 업계는 국제 규제 도입으로 생기는 급작스러운 비용 부담과 불확실성을 덜게 됐다. FATF는 최근 권고 15(신기술 및 가상자산)에 기반한 가상자산 트래블룰(송·수신인 정보 제공)과 탈중앙화 금융(DeFi) 위험 관리, 권고 24의 법인 실소유자 정보 투명성 강화 기준을 잇달아 구체화하고 있다. 한국이 의제 설정 단계부터 관여하면 국내 금융 환경과 거래 관행을 반영해 규범을 논의할 수 있다.
특정금융정보법 제11조에 따른 외국 금융정보분석기구와의 공조 채널도 단단해진다. 국경을 넘나드는 스캠, 보이스피싱, 마약, 가상자산 악용 범죄를 둘러싼 해외 수사 공조와 범죄수익 환수 속도가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이형주 원장은 "초국가 조직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네트워크 간 실질적인 협력이 중요하다"며 "초국가 범죄가 역내 저역량 국가에서 주로 발생하는 만큼 선제적 공조 및 의심거래 조기 적발을 위한 민간 부문 협력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정보분석원은 "운영위원회 및 FATF 활동을 통해 확보한 주요국의 정책·제도와 최신 불법금융 동향, 국제적 대응 사례 등을 국내 유관기관과 적극 공유할 예정"이라며 "관세청·국세청·수사기관 등 각 기관 간 정보공유와 협업을 강화해 국가 전체의 대응 역량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2020년 4월 제4차 FATF 상호평가를 완료한 데 이어 향후 진행될 제5차 상호평가 수검 준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