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 테두리 밖에 머물던 프리랜서와 플랫폼 노무제공자를 포괄적으로 보호하는 법안이 연내 제정 수순을 밟는다. 발주처의 대금 미지급이나 일방적 계약 취소에 직면해도 민사소송 외에 뾰족한 수가 없던 청년 프리랜서들이 노동위원회를 거쳐 권리를 구제받을 길이 열린다.
고용노동부는 2026년 10월 15일 서울고용노동청 청년ON라운지에서 '청년 프리랜서 오픈마이크'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노무제공자의 법적 권리를 보장하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을 연내 제정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이 사용종속 관계가 명확한 근로자만 규율해, 플랫폼과 인공지능(AI) 확산으로 급증한 870만 원천징수(3.3%) 대상자를 사실상 방치해 왔다는 지적에 따른 대책이다.
청년 프리랜서 10명 중 8명 “노동위 분쟁조정 원해”
이날 행사에서 공개된 실태조사는 노무제공 청년들의 취약한 안전망을 그대로 드러냈다. 일하는시민연구소 김종진 소장의 발표에 따르면, 청년 플랫폼 종사자와 프리랜서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17.5%에 머물렀다. 주업으로 일하는 청년 프리랜서 3명 중 1명(약 33%)은 월평균 소득이 165만 원 미만으로 최저임금에 못 미쳤고, 응답자의 33%는 불안정과 과로 탓에 우울 의심군에 들었다.
계약 분쟁 시 신속한 구제 수단을 원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법률 및 분쟁조정 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은 70%를 넘겼다. 특히 청년 프리랜서의 85%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법원 민사소송 대신 노동위원회 분쟁조정을 희망했다. 계약서 미작성과 보수 삭감·체불이 빈번한데도 마땅한 해결 수단이 없던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
공정계약부터 적정 보수까지… ‘기본 권리’ 법률로 못 박는다
정부가 추진하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일하는 모든 사람의 인간 존엄과 평등 대우권을 보장한다. 안전·건강권, 공정 계약 체결 및 적정 보수 보장권, 사회보장 향유권, 직업능력개발 훈련권, 단체 결성권 등도 기본 권리로 명시한다. 법 제정을 발판 삼아 소득기반 고용보험 제도를 도입하고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대상도 단계적으로 넓힐 방침이다.
프리랜서의 권익 보호와 생활안정, 복지증진을 총괄하는 종합지원 창구 'K-노동복지회의소(가칭)' 구축도 병행한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비교적 자유롭게 일하는 프리랜서라도 현장의 어려움까지 혼자 감당해서는 안 되며 사회 첫발을 떼는 청년들은 더욱 그렇다"며 "선언을 하면 국가는 의무를 진다. 연내 기본법 제정을 통해 일하는 사람 누구나 기본이 갖춰진 일자리에서 일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국회 법안 6건 계류… 실효성 담보 장치가 관건
현재 국회에는 김주영·장철민·이용우·김태선·박홍배·임이자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관련 법안들이 계류돼 있다. 고용노동부는 국정감사가 끝나는 대로 국회와 협의해 연내 제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아울러 노무수령자에게 근로자성 입증 책임을 지우는 근로자 추정 제도 입법도 함께 추진한다.
다만 노동계에서는 기본법이 구속력 없는 선언에 머물지 않으려면 일감을 주는 원청과 사업주를 제재할 실효성 있는 수단이 보강돼야 한다고 본다. 법안이 제정되면 기업과 발주자는 프리랜서 계약 시 서면 계약서 작성과 대금 지급 기일 준수 의무를 엄격히 이행해야 한다. 향후 근로자 추정제 도입에 따른 법적 위험도 선제적으로 점검해야 할 부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