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집중호우와 태풍 등 풍수해로 인한 인명피해가 지난해보다 96% 급감하며 11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을 기록했다. 시장·군수·구청장 중심이던 주민대피 권한을 최일선 현장인 읍·면·동장에게 부여하고, 객관적 강수량 수치에 따른 정량적 대피 기준을 처음 도입한 결과다.

행정안전부는 5월 15일부터 10월 15일까지 운영한 '2026년 여름철 자연재난 대책기간' 결과 풍수해 인명피해가 잠정 집계 1명으로 전년(25명) 대비 96% 감소했다고 10월 15일 발표했다. 같은 기간 재산피해액도 1,209억 원으로 집계돼 전년(1조 1,307억 원) 대비 89.3% 줄었다. 공공시설 피해가 927억 원, 사유시설 피해는 282억 원이다. 사망자 1명은 지난 8월 17일 경남 거제에서 사면 붕괴에 따른 토석류 매몰로 발생했다.

정량적 기준 도입과 현장 권한 이양

이번 대책기간에는 재난 현장의 주관적·정성적 판단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명확한 정량적 대피 기준이 처음으로 정립됐다. 산사태 위험 시 '누적 강수량 300㎜ 이상이면서 1시간 강수량 50㎜ 이상'이 관측되면 즉시 주민 대피를 실행하도록 명문화했다.

현장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해 읍·면·동장에게 주민대피명령 권한을 부여한 점도 피해를 줄이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40조제1항은 시장·군수·구청장과 지역통제단장에게 대피명령권을 부여하고 있으나, 정부는 현장대응 매뉴얼과 지자체 위임 규정을 손질해 최일선 행정 단위인 읍·면·동장이 위험 징후를 발견하는 즉시 현장에서 대피를 직접 결정하도록 바꿨다.

실제로 지난 7월 9일 경기 오산시에서는 오산천 수위가 급상승하자 신장2동장 주도로 인근 반지하주택 주민들을 경로당으로 조기 대피시켰다. 부산 서구에서도 다가구주택 하부 축대 균열을 발견한 즉시 주민을 사전 대피시켜 이후 이어진 축대 붕괴 사고에서 인명피해를 막았다.

취약계층 안전망과 다변화된 경보 체계

재해 취약계층을 위한 사전 안전망도 대폭 확충됐다. 전국 시·군·구에 구축된 '주민대피지원단'은 전년 대비 30% 증가한 97,641명으로 늘었고, 고령자와 장애인 등 '우선대피대상자'는 26,189명으로 전년(12,192명) 대비 114.8% 확대됐다.

위험 경보 수단도 다변화했다. 1시간 강수량 85㎜와 15분 강수량 25㎜가 동시에 관측되거나 1시간 강수량 100㎜ 이상일 때 읍·면·동 단위로 자동 발송되는 '재난성호우 긴급재난문자'는 7월 17일 대구 수성구 첫 발송을 시작으로 총 11회 발송됐다. 일 최다강수량 654.3㎜가 쏟아진 8월 17일 경남 거제시 일운면 일대에서는 주민대피 목적으로 민방위 사이렌이 처음 울리기도 했다.

방재시설 확충도 병행됐다. 지하차도 진입차단시설은 의무 대상 564개소 중 520개소(92.2%)에 설치를 마쳤고, 맨홀 추락방지시설은 19.8만 개소(78.6%), 침수 우려 반지하주택 침수방지시설은 24,689가구(70.4%)에 설치됐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올여름 기록적인 극한 호우에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긴밀히 협력하고 위험 요인을 사전에 찾아 주민을 한발 앞서 대피시키는 현장 중심 대응으로 인명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며 “재난에 취약한 곳부터 세심하게 살피고 예방 중심의 재난관리로 국민 생명을 지키겠다”고 전했다. 행정안전부는 이번 대책기간 운영 결과를 분석해 기후변화에 대응한 취약계층 보호 체계를 지속 보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