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금융권 가계대출이 9개월 만에 순감소로 돌아섰다. 신용대출 수요 급감과 분기 말 부실채권 매각, 명절 상여금 유입이 겹친 결과지만 대출금리 상승세가 이어져 차주들의 실질적 상환 부담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가 2026년 10월 15일 발표한 '2026년 9월 가계대출 동향(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말 대비 2조2,000억 원 감소했다. 가계대출 잔액이 순감소한 것은 2025년 12월(1조2,000억 원 감소) 이후 9개월 만이다. 올해 들어 5월 9조3,000억 원, 6월 8조3,000억 원, 7월 6조4,000억 원 등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오던 흐름이 꺾였다.
대출 항목별로는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이 감소세를 주도했다. 기타대출은 한 달 새 5조5,000억 원 줄어 전월(1조5,000억 원 감소)보다 감소폭이 크게 확대됐다. 특히 신용대출 순감소액이 8월 4,000억 원에서 9월 3조 원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주식시장 조정으로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가 위축되고 추석 상여금이 유입된 영향이다.
주택담보대출은 3조3,000억 원 증가해 전월(4조3,000억 원 증가)보다 증가폭이 1조 원 축소됐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2조9,000억 원 늘어 전달(4조1,000억 원) 대비 증가세가 둔화됐고, 제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은 4,000억 원 늘었다. 부동산 매매 거래량과 아파트 입주 물량이 줄어든 데다 분기 말을 맞아 금융사들이 부실채권을 적극적으로 매각·상각한 점이 작용했다.
업권별로는 은행권 가계대출이 6,000억 원 증가하는 데 그쳐 전월(3조5,000억 원) 대비 증가폭이 대폭 축소됐다.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2조8,000억 원 줄어 전달(7,000억 원 감소)보다 감소폭이 커졌다. 상호금융(7,000억 원 감소), 보험(8,000억 원 감소), 카드·캐피탈 등 여신전문금융사(9,000억 원 감소), 저축은행(4,000억 원 감소) 등 전 업권에서 일제히 줄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 주재로 재정경제부,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및 시중은행 등이 참석한 관계기관 합동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었다. 신 사무처장은 "9월 가계대출 감소는 주택시장 영향과 분기 말 부실채권 매·상각, 명절 상여금 등 계절적 요인에 기인한다"며 "총량관리 목표를 상향하고 집단대출을 별도 관리하는 만큼 연말 대출절벽 우려는 제한적이지만, 주택가격 상승 기대와 신용대출 변동성 등 리스크 요인이 상존해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량 지표는 돌아섰지만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은 해소되지 않았다. 은행연합회가 공시한 9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는 3.43%로 전월(3.18%) 대비 0.25%포인트 급등했다. 2024년 6월(3.52%) 이후 2년 3개월 만에 최고치이며, 월간 상승폭 기준으로는 2022년 11월(0.36%포인트) 이후 3년 10개월 만에 최대다. 코픽스 상승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에 즉각 반영돼 기존 차주들의 이자 상환 부담을 직접적으로 키운다.
가계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로 은행 자금이 기업대출로 쏠리는 현상도 두드러졌다. 9월 말 예금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한 달간 10조7,000억 원 폭증해 1,441조5,000억 원에 달했다. 특히 대기업 대출이 7조5,000억 원 늘어 4년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하면서 건전성 관리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실수요자 지원을 위한 후속 대책을 이어간다. 10월 19일부터 보금자리론 결혼페널티 해소 조치와 무주택 청년특례 전세대출보증 강화 방안이 시행된다. 보금자리론은 부부 중 1인의 연소득이 7,000만 원 이하인 경우도 신청할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하고, 청년특례 전세보증은 대상 연령을 만 39세 이하로 넓히며 보증 한도를 최대 3억 원으로 확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