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 교사가 휴직해 교단을 떠나 있더라도 신분을 유지하는 한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일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교원 신분이 남아 있다면 고용휴직 중이라도 헌법과 법률이 요구하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제3부는 사립고등학교 전 교사 A 씨가 국회사무총장을 상대로 낸 임명취소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2023두37193)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2026년 10월 8일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사실관계

하나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던 A 씨는 2020년 학교법인으로부터 고용휴직 허가를 받은 뒤 당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강민정 의원실의 별정직 공무원인 보좌관으로 임명됐다. 국회사무처는 현직 교원이 교원 신분을 유지한 채 특정 정당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근무하는 것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 의무에 위배된다며 임명 약 4개월 만인 2020년 10월 임명을 취소했다. A 씨는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1심·원심 판단

1심인 서울행정법원은 국회사무처의 처분이 정당하다며 A 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반면 2심인 서울고등법원 행정10부는 2023년 2월 17일 1심을 뒤집고 A 씨의 손을 들어줬다(2021누61200).

2심 재판부는 사립학교 교원이 국·공립 교원과 달리 사인의 지위에 있다고 봤다. 고용휴직으로 교단을 떠나 학생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정책보좌관으로서 입법활동을 지원하는 업무 역시 교육 현장을 정치적으로 오염시킬 실질적 위험성이 없어 임명 취소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봤다.

대법원 판단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정치적 중립성을 엄격히 요구받는 사립학교 교원이 신분을 유지한 채 고용휴직 상태로 국회의원 보좌관에 임명되는 것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다고 판단했다.

헌법 제31조 제4항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법률로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사립학교법 제55조는 사립학교 교원의 복무에 국·공립학교 교원 규정을 준용하도록 정한다. 교육기본법 제6조 역시 교육이 정치적·파당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한다.

판결 의의

이번 판결은 사립학교 교원이 휴직하더라도 교원 신분을 유지하는 이상 정당 소속 국회의원의 정무·정책 보좌관 등 정치적 공직을 겸할 수 없다는 기준을 명확히 세웠다. 교육계 일각에서 제기해 온 교원의 정치 활동 및 공무담임권 확대 주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건을 돌려받은 서울고등법원은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다시 재판을 진행해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