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피해자가 개인 일정을 이유로 형사재판 공판기일을 변경해 달라고 법원에 신청할 수는 없다. 형사소송법상 피해자는 소송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여서 재판 일정을 조정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사기 피해로 가해자를 고소한 한 대학생은 10월 21일 예정된 첫 형사재판에 직접 참석하려 했으나, 같은 날 치러지는 대학교 시험과 일정이 겹쳐 기일변경 신청이 가능한지 법률 전문가에게 문의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신청 권한 자체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형사소송법 제270조 제1항은 공판기일 변경에 대해 “재판장은 직권 또는 검사, 피고인이나 변호인의 신청에 의하여 공판기일을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국가를 대표해 공소를 제기하고 유지하는 검사와 방어권을 행사하는 피고인 및 변호인만 변경을 신청할 수 있으며, 고소인이나 피해자는 신청권자에 포함되지 않는다.

김도훈 변호사(법무법인 베테랑)는 “피해자는 형사소송법 제270조에서 정한 공판기일 변경 신청권자가 아니므로, 피해자 지위에서 기일변경을 신청할 수는 없다”며 “피해자의 시험 일정 등을 이유로 하는 별도의 기일변경 신청 절차도 규정되어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형사재판에서 피해자의 절차적 권리는 진술권을 중심으로 보장된다. 헌법 제27조 제5항과 형사소송법 제294조의2는 범죄 피해자에게 공판 절차에서 피해 정도와 결과, 피고인 처벌에 관한 의견을 진술할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다만 이는 법정에서 의견을 밝힐 기회를 주는 제도일 뿐, 재판 진행 일정 자체를 좌우하는 소송지휘권과는 구별된다.

재판에 직접 나가기 어려운 피해자는 서면으로 법원에 뜻을 전할 수 있다. 담당 법원과 재판부, 사건번호를 적은 ‘피해자 의견서’나 탄원서를 미리 내 피해 상황과 엄벌 요구 의견을 재판부에 알리는 방식이다. 법정에 직접 서서 말하고 싶다면 의견서에 출석하기 어려운 사정과 함께 추후 참석 가능한 기일에 진술 기회를 달라는 취지를 적을 수 있으나,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기일을 바꿀 가능성은 희박하다.

단순 방청을 희망하는 고소인이라면 재판에 나가지 않아도 과태료나 구인 등 법적 불이익은 전혀 없다. 다만 법원으로부터 정식 ‘증인소환장’을 송달받은 증인 신분이라면 출석 의무가 따르므로, 시험 시간표 등 증빙자료를 첨부한 ‘증인 불출석 사유서’를 사전에 제출해 신문 일정을 조정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