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선임계를 내고 거액의 착수금까지 건넸는데, 수사나 재판 기일을 앞두고 담당 변호사가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는다면 의뢰인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수사 기일이 임박한 피의자나 재판을 앞둔 당사자가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소통 두절이다. 민법 제681조는 수임인이 위임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사무를 처리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제684조 제1항 역시 의뢰인의 청구가 있으면 처리상황을 보고하도록 정했다. 담당 변호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소통을 거부하고 진행 경과를 알리지 않는 행위는 법률이 정한 선관주의의무와 보고의무 위반에 해당한다.

법조계에서는 계약서에 적힌 '착수금 일절 환불 불가' 문구만 믿고 권리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대법원은 변호사 착수금이 사무 처리비용 외에 보수금 일부의 선급금 성격을 갖는다고 판시했다(82다125). 위임계약이 중도에 끝나면 실제 사무처리 정도 등을 참작해 미이행 부분에 상당하는 착수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취지다. 신뢰관계 파탄으로 해지된 때에도 수행된 업무 범위를 넘는 착수금은 반환해야 한다(2006다32460).

하급심 법원과 감독 당국도 같은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법무법인 사건위임계약서에 포함된 '3일 초과일부터는 착수금 환불이 일절 불가하다'는 조항을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 및 제9조 위반으로 무효라고 판단했다(2025가소265563). 재판부는 이미 수행한 업무 40%를 제외한 잔여 수임료 660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어떠한 사유로도 착수금 반환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한 약관 조항을 무효로 보고 시정조치한 바 있다.

당장 수사나 조사 기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면 관할 수사기관에 기일 연기부터 요청해야 한다. 수사관에게 변호인과의 연락 두절로 인한 변경 및 재선임 절차 진행을 사유로 조사기일 연기 신청서를 내면 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

위임계약 해지 통보와 착수금 반환 청구도 공식화해야 한다. 민법 제689조 제1항에 따라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 변호사의 의무 위반 사실을 적시해 계약 해지와 미이행 착수금 반환을 요구하는 내용증명 우편을 보내는 절차가 출발점이다. 상대방이 반환을 거부하면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하거나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을 낼 수 있다.

변호사의 방치 행위는 징계 사유도 된다. 변호사법 제24조는 품위유지의무를, 대한변호사협회 윤리규약 제13조는 성실의무를 각각 명시하고 있다. 소통을 거부하고 사건을 방치한 변호사를 상대로 소속 지방변호사회나 대한변협에 진정서를 내면 사실조사를 거쳐 과태료나 정직 등 징계 절차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