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보상금채권을 금융기관에 담보신탁하는 행위는 법이 금지한 불법 전매에 해당하지만, 이를 이유로 대토공급계약 자체가 무효가 되지는 않는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토보상 권리를 넘겨받은 매수인이 대금을 내지 못해 계약금을 몰취당하자 "과거 토지주의 담보신탁이 불법 전매여서 계약 자체가 무효"라며 낸 소송에서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등법원은 공공주택사업 토지주들로부터 대토공급계약상 권리의무를 넘겨받은 원고들이 한국토지주택공사를 상대로 낸 계약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2026년 5월 28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2025나209797).
사실관계
원고들은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른 공공주택사업에서 토지주들로부터 대토공급계약상 권리와 의무를 승계받은 매수인들이다. 이후 원고들이 토지 공급대금 지급 의무를 이행하지 않자,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는 공급계약을 해제하고 납입된 계약금 등을 몰취했다.
이에 원고들은 토지주들이 대토공급계약을 맺기 전 대토보상 권리를 담보신탁한 행위가 전매에 해당하므로, 공급계약 자체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 제63조 제3항을 위반해 무효라고 주장했다. 애초에 계약이 무효였으니 공사가 몰취한 계약금 등을 부당이득으로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 판단
재판부는 먼저 토지주들이 한국토지주택공사에 대한 현금보상전환신청권 등 토지보상금채권을 금융기관에 담보신탁 목적물로 제공한 신탁계약이 "토지보상법 제63조 제3항이 금지하는 전매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쟁점이 된 개정 토지보상법의 소급 적용 여부를 두고는 원칙적으로 과거 행위에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토지보상법 제63조 제3항은 종전에 전매금지 위반 시 보상금을 ‘현금으로 보상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이었으나, 2022년 2월 3일 개정(2022년 8월 4일 시행)되면서 ‘현금으로 보상하여야 한다’는 기속규정으로 바뀌었다.
재판부는 헌법 제13조 제2항과 법령불소급 원칙, 개정 규정 취지 및 부칙 경과규정을 들어 "개정 규정 시행 이전에 이미 법을 위반한 전매행위가 발생했던 경우에는 개정 규정이 소급 적용되지 않고 위반행위 당시 시행되던 종전 규정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설령 개정 규정이 적용된다고 보더라도 계약 자체가 무효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개정 규정은 효력규정이 아닌 단속규정으로 새김이 타당하므로 개정 규정 위반만을 이유로 곧바로 대토공급계약의 사법상 효력까지 무효로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행정적·형사적 제재 대상이 될지언정 사법상 계약 효력 자체가 소급해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취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