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범죄 혐의로 수사나 재판을 받는 피의자에게 유죄 확정 전 법원이 '스토킹 중단' 서면 경고를 내리더라도 헌법상 무죄추정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첫 결정이 나왔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예방적·임시적 조치인 만큼 당사자의 법익 침해가 극히 제한적이라는 취지다.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1호에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2024헌바188). 헌재가 스토킹처벌법상 잠정조치 1호인 '서면 경고'의 위헌 여부를 본안에서 공식 판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관계

청구인 A 씨는 피해자에게 반복적으로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혐의를 받았다. 관할 법원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A 씨에게 스토킹범죄 중단에 관한 서면 경고(1호)와 함께 100m 이내 접근 금지(2호), 전기통신 이용 접근 금지(3호) 결정을 내렸다. 이에 A 씨는 사전 통지나 진술 기회 없이 서면 경고 잠정조치를 내리도록 한 조항이 무죄추정의 원칙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며 위헌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재판부 판단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서면 경고는 피해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임시적 조치일 뿐 사회적 비난이나 응보적 의미를 지니는 조치가 아니며, 유죄를 전제로 하지 않으므로 무죄추정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법원이 유죄를 단정해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추가 피해를 막으려는 긴급 예방 조치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불이행에 대한 제재도 없어 불이익이 극히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판결 의의

이번 결정으로 스토킹 사건 초기 수사기관과 법원이 적극적으로 활용해 온 잠정조치 1호 처분의 정당성이 확립됐다. 유죄 확정 판결 전이라도 긴급한 피해자 보호 차원의 경고 조치가 합헌으로 인정되면서 형사·수사 실무 현장의 초기 개입 조치가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헌재는 이날 사건 55건을 일괄 선고했다. 민간 공공건설임대주택 사업자에게 우선분양전환 의무와 매각 가격 통제 규정을 소급 적용하도록 한 공공주택 특별법 부칙에는 "임차인의 주거안정과 서민의 내 집 마련 기회 보장이라는 공익이 더 크다"며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각하 결정을 내렸다(2020헌마1404 등). 개인택시 면허를 취득한 뒤 원칙적으로 5년간 양도를 제한한 시행규칙 규정(2022헌마54)도 직업선택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며 합헌으로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