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사실 평가를 국가 형벌권으로 제한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헌법적 쟁점이 다시 법정에 섰다.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하거나 허위 사실을 퍼뜨리면 징역형에 처하도록 한 법률 조항이 다시 심판대에 올랐다. 청구요건 흠결로 헌법소원이 잇따라 각하됐으나, 실제 기소된 피고인들의 형사재판에서 위헌 심판 제청 절차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규정은 2021년 1월 5일 공포·시행된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제8조 제1항이다. 신문, 방송, 출판물, 정보통신망이나 집회 등에서 5·18민주화운동 허위 사실을 유포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사자명예훼손죄 등 형법상 일반 규정으로는 집단 표시에 따른 왜곡과 악의적 비하를 제재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마련한 처벌 특례다.

법 시행 초기에는 법률 조항 자체를 문제 삼은 헌법소원이 제기됐으나 본안 판단에 이르지 못했다. 헌법재판소는 2021년 3월 30일 개인이 제기한 사건(2021헌마303)에서 구체적인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했다. 2022년 2월 15일에도 한 학회가 낸 헌법소원(2021헌마1493)에서 형벌 규정의 수범자는 자연인이라는 이유로 단체의 자기관련성을 부정하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유튜브 방송 발언 등으로 실제 검찰 기소가 이뤄지면서 국면이 바뀌었다. 인천지방법원 등에서 재판을 받는 피고인들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며 법 조항의 실체적 효력을 다투기 시작했다. 법원이 제청 신청을 받아들이거나 피고인이 기각 결정을 거쳐 헌법소원을 제기하면, 헌재는 처음으로 해당 조항의 표현의 자유 침해 여부를 본안에서 따져보게 된다.

법조계와 학계의 평가는 팽팽하게 엇갈린다. 5·18기념재단과 유족회는 해당 조항이 피해자를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입장이다. 이미 사법적·역사적 평가가 확립된 국가폭력 사건을 악의적으로 날조해 인격을 훼손하는 행위를 막아야 한다는 뜻이다. 독일 형법 제130조 제3항이 홀로코스트 부정 행위를 최고 징역 5년으로 처벌하는 해외 입법례도 찬성 논리를 뒷받침한다.

국가가 특정 역사적 사실을 법률로 공인하고 반대 평가를 처벌하는 방식은 민주주의의 근간인 사상의 자유 경쟁을 해친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입법 당시 성명에서 역사적 사실 평가는 자유로운 공론장과 학문적 연구에 맡겨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헌재가 2010년 12월 전기통신기본법상 '공익을 해할 목적의 허위 통신' 처벌 조항을 위헌(2008헌바157)으로 판단했듯, 형벌권 남용을 막을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무 재판에서는 특별법 제8조 제2항에 명시된 위법성 조각 사유가 최대 쟁점으로 꼽힌다. 해당 조항은 예술·학문, 연구·학설, 시사사건이나 역사의 진행과정에 관한 보도, 그 밖에 이와 유사한 목적이 있을 때는 처벌하지 않도록 규정한다. 비방 목적의 허위 사실 유포와 학문적 의견 개진의 경계를 법원이 어디까지 인정하느냐에 따라 개별 콘텐츠 제작자와 일반 이용자의 처벌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