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이 제3자(참고인)를 압수수색할 때 영장 사본을 건네지 않아도 적법하다고 본 대법원 결정이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올랐다. 2026년 3월 12일 법원의 확정재판을 헌재가 직접 취소할 수 있는 재판소원 제도가 시행된 뒤 공개변론이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헌법재판소는 2026년 10월 21일 대심판정에서 김영수 변호사가 청구한 '압수·수색영장 사본 미교부 사건에 관한 재판취소'(2026헌마1247) 헌법소원 심판의 공개변론을 열었다. 김상환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 8인은 약 4시간 동안 수사기관의 영장 사본 미교부 처분이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를 침해하는지 집중 심리했다. 피청구인인 대법원은 대리인을 선임하지 않고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았으며, 이해관계인인 법무부는 정부법무공단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맞섰다.

사건 경과

사건의 발단은 2022년 7월 1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수사하던 안미영 특별검사팀은 참고인 신분이던 김 변호사의 주거지와 사무실을 불시에 압수수색했다. 당시 특검은 현행 형사소송법 제118조가 '처분을 받는 자가 피고인(피의자)인 경우 사본을 교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해 참고인은 교부 대상이 아니라며 사본 지급을 거부했다. 현장에서 메모나 사진 촬영도 허용하지 않았다.

김 변호사는 이에 불복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준항고(2022보5)를 제기했다. 법원은 휴대전화와 태블릿PC 압수 처분을 취소하면서도 "참고인에게는 영장 사본 교부 의무가 없다"며 영장 사본 미교부 조치 자체는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역시 2026년 2월 김 변호사의 재항고를 기각해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이후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개정으로 재판소원이 도입되자 김 변호사는 2026년 4월 16일 확정재판 취소를 청구했고 사건은 전원재판부에 정식 회부됐다.

대심판정 공방

변론에서는 영장 사본 교부 의무를 피의자로만 한정한 형사소송법 해석이 헌법상 평등권과 적법절차를 침해하는지가 쟁점으로 다뤄졌다. 청구인인 김 변호사는 "참고인 신분으로 불시에 압수수색을 당하면서 영장 사본 교부와 메모조차 거부당해 무관한 사생활 정보까지 무차별적으로 압수당했다"며 "변호사인 저조차 위법한 압수수색에 속수무책이었는데 일반 국민은 오죽하겠느냐"고 호소했다. 이어 "영장 사본을 받지 못해 압수수색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없다면 헌법이 선언한 적법절차와 영장주의는 형해화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 참고인으로 출석한 최호진 단국대학교 법학과 교수도 "피의자와 참고인은 본질적으로 제도 중심의 보호영역에서 동일한 집단으로 분류되고, 그렇기 때문에 차별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의견을 냈다.

법무부 측 대리인은 청구 요건의 흠결과 수사상 필요성을 들어 각하 및 기각을 주장했다. 정부법무공단 측은 "본 청구의 실질은 법원의 재판이 아닌 형사소송법 제118조와 제219조 자체의 위헌 여부를 다투는 것으로, 위헌법률심판에 대한 헌법소원과 다르지 않다"며 적법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나아가 "헌법은 영장 제시만 요구할 뿐 사본 교부까지 규정하지 않는다"며 "피의자가 아닌 제3자에게 영장 사본을 교부하면 수사의 밀행성이 훼손되거나 수사 기밀 및 개인정보가 유출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의 마은혁 재판관은 영장 사본 교부가 꼭 필요한 이유를 물으며 압수수색 현장에서 영장 단순 제시만으로 권리 침해를 막을 수 있는지 실효성을 따져 물었다.

파장과 전망

이번 사건은 2026년 3월 재판소원 제도가 도입된 뒤 접수된 877건 가운데 본안에 회부된 8건 중 첫 번째로 열린 공개변론이다. 접수 사건의 약 84%인 736건이 각하된 상황에서 사법부 판단을 헌재가 취소할 수 있는 구체적 기준이 처음 세워진다는 점에 무게가 실린다.

헌재가 청구를 인용해 대법원의 기각 결정을 취소할 경우, 수사기관이 참고인의 주거지나 사무실, 전자정보를 압수수색할 때 영장 사본을 반드시 내주어야 하는 방향으로 집행 실무 전반이 바뀐다. 헌재는 10월 21일 변론을 종결하고 재판관 평의를 거쳐 추후 선고기일을 지정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