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공간이 없으면 차를 사거나 등록할 수 없도록 강제해 논란이 이어져 온 제주의 '차고지증명제'가 헌법재판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헌법재판소는 기본권 침해 여부를 따져보지 않은 채 청구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심판청구를 각하했다.

헌법재판소는 제주도민 A 씨가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특별법) 제428조 제1항 등을 상대로 낸 헌법소원심판 청구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2024헌마1092). 국선대리인은 김동훈 변호사가 맡았다.

사실관계

제주특별법 제428조 제1항은 자동차를 신규·변경 또는 이전 등록하려는 사람에게 차고지를 확보했음을 증명하는 서류를 도지사에게 제출하도록 규정한다. 같은 조 제2항은 서류를 내지 않으면 자동차 등록을 거부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A 씨는 2023년 2월 28일 본인 명의로 카니발 자동차를 이전 등록하면서 거주지를 차고지로 등록했다. 이후 차고지증명제가 다른 지역 거주자와 제주도민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고 재산권과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2024년 9월 25일 헌재에 국선대리인 선임신청을 냈다. 국선대리인이 선정되자 같은 해 11월 29일 정식으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재판부 판단

헌재는 본안 판단에 들어가지 않고 절차 요건 흠결을 짚었다. 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에 따르면 헌법소원은 기본권 침해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년 이내에 청구해야 한다. 국선대리인 선임신청이 인용된 사건은 선임신청 시점을 기준으로 청구기간 준수 여부를 따진다.

재판부는 "자동차 등록을 위해 차고지 확보 의무를 부과하는 조항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 사유는 늦어도 A 씨가 카니발 자동차 이전 등록을 위해 차고지를 등록한 2023년 2월 28일에 발생했고, A 씨도 같은 날 침해 사유가 발생했음을 알았다"고 판단했다.

이어 "A 씨가 국선대리인 선임신청을 한 2024년 9월 25일은 기본권 침해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년이 지났고, 안 날부터도 90일이 지났음이 명백하다"며 심판청구를 각하했다.

판결 의의

이번 결정으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제주에만 적용되는 차고지증명제의 위헌 여부는 헌재 판단을 받지 않은 채 남게 됐다. 제주도는 2007년 대형차를 시작으로 제도를 도입한 뒤 2022년 경·소형차를 포함한 전 차종으로 전면 확대한 바 있다.

자가 주차장을 갖추기 어려운 원도심 주민이나 무주택자 등 서민층의 차량 보유를 제한한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제주도와 도의회는 조례 개정 등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