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을 안전한 수로로 안내하는 도선사의 정년을 만 65세로 일률 제한한 현행 법률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신체검사를 거치더라도 악천후와 거센 파도 속에서 이뤄지는 돌발 상황 대처 능력을 완전히 담보하기 어려운 만큼, 일정한 연령 정년을 두는 입법 판단이 정당하다는 취지다.
헌법재판소는 도선사 A 씨가 도선법 제7조 제1항 본문을 상대로 낸 위헌확인 헌법소원 심판 사건(2025헌마1003)에서 2026년 9월 17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청구를 기각했다. 청구인과 보조참가인은 법무법인(유한) 동인(담당변호사 서기석)이 대리했다.
사실관계
A 씨는 2025년 2월 24일 4급 도선사면허를 취득해 현장에서 도선업무를 수행해 왔다. 그러나 도선법이 정한 만 65세 정년에 도달하면서 2026년 6월 30일 자로 당연퇴직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에 A 씨는 당사자 의사와 상관없이 일정 연령에 이르렀다는 이유만으로 퇴직을 강제하는 것은 직업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2025년 8월 7일 헌법소원을 냈다. 과거 국가필수도선사로 지정돼 정년이 3년 연장됐던 도선사 B 씨와 C 씨도 청구인 측 보조참가인으로 심판에 참여했다.
헌재 판단
헌재는 도선사의 정년 제한이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봤다. 도선업무는 단순한 선박 운항 경력을 넘어 항해 중인 배 외벽의 줄사다리를 타고 승선하는 등 일상 수준을 넘어서는 고도의 체력과 악천후 대응력이 필수라는 이유에서다.
헌재는 “병원이라는 통제된 환경은 악천후나 야간, 거센 파도 등 극한의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도선업무의 특성을 온전히 반영하기 어렵다”며 “정기적인 신체검사의 합격만으로 도선업무에 필요한 능력이 모두 확인되고 그 이후에도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신체검사 강화라는 대안만으로는 선박과 항만 시설의 대형 사고 위험을 완전히 막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통상 국내 근로자 정년이 60~65세로 인식되고 있고, 육체노동 가동연한이 만 65세로 인정되는 사회적 기준도 고려됐다. 헌재는 “도선법은 국가필수도선사 경력과 체력 요건 등을 갖춘 경우 수급 상황을 고려해 3년 범위에서 정년을 연장할 수 있는 예외적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며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을 모두 충족했다고 밝혔다.
의료인이나 조리사, 해기사 등 다른 면허 직종에는 정년이 없다는 청구인의 평등권 침해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헌재는 “의료인 등 다른 면허나 자격은 직무의 내용과 직무수행에 요구되는 능력, 자격요건 등이 도선사와 달라 차별취급이 문제되는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이라고 할 수 없다”며 평등권 침해 여부를 별도로 판단하지 않고 배척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