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사장이 사내 감사의 감사기구 인사 요청을 정당한 사유 없이 잇따라 거부하고 정수를 초과한 비정상적 인사를 방치한 행위에 감사원이 제동을 걸었다. 기관장이 사내 독립기구인 감사실의 인사권을 흔들어 자체감사 기능을 위축시키는 관행에 경종을 울린 조치다.

감사원은 2026년 10월 7일 '한국방송공사 사장의 감사독립성 침해 등 업무처리 관련' 공익감사청구 감사보고서를 공개하고 박장범 한국방송공사(KBS) 사장에게 '주의' 처분을 내렸다. 자체감사의 독립성 훼손 우려와 부서장 정수 초과 운용의 재발 방지를 요구한 결과다.

감사 요청 9번 거부하고 '한 지붕 두 부서장' 방치

감사원에 따르면 2025년 6월부터 9월까지 당시 박찬욱 KBS 감사는 감사실장과 기획감사부장 등 감사실 부서장 5명의 보직 및 전보 인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박장범 사장은 불가피한 사유 없이 이를 총 9차례 거부했다.

앞서 2024년 2월 전임 사장이 감사의 요청 없이 감사실 간부 3명을 타 부서로 전보했으나, 법원은 감사직무규정 위반을 이유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가처분 결정으로 복귀한 기존 부서장 3명과 이미 새로 보임된 부서장 3명이 한 직위에 공존했다. 이 같은 '부서장 2인 체제'는 박장범 사장 취임 이후인 2024년 12월부터 2025년 3월까지 약 8개월간 유지됐다.

이로 인해 감사실장 등 3개 직위에 부서장이 2명씩 배치되는 파행이 이어졌다. 월평균 약 100건의 일상감사를 부서장 2명이 중복 검토하거나 격월로 번갈아 결재했고, 소속 직원을 2개 그룹으로 나눠 사내 시스템으로 근무평가를 각자 실시하는 등 혼선이 빚어졌다.

감사원 "인력 부족 핑계 안 돼…독립성 침해"

박장범 사장 측은 후임 감사 임명 관련 본안 소송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어서 감사 직무 정지가 일시적 조치에 불과했고, 사내 인력 부족과 감사 업무의 일관성을 위해 현 체제를 유지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본안 소송 진행이나 업무 일관성은 감사의 인사 요청을 거부할 불가피한 사정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박 사장이 해당 기간 감사실을 제외한 다른 부서에서는 부서장 17명을 일대일 형태로 전보 발령했다는 점을 들어 인력 부족 주장 역시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KBS 감사직무규정은 감사가 사장으로부터 독립된 지위에서 업무를 수행하며 감사부서 직원의 전보는 감사의 요청을 따르도록 정한다.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 역시 자체감사기구의 독립성을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 결과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에 통보해 KBS의 지상파 재허가 심사 자료로 활용하도록 했다.